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K팝, K드라마, K웹툰을 넘어 이제는 K애니메이션이 새로운 한류의 첨병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 중인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세계에 각인시키며 글로벌 팬층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성공 뒤에는 씁쓸한 현실이 숨어 있다. 콘텐츠는 한국에서 만들어졌지만, 그로 인한 수익은 대부분 외국 플랫폼과 제작사로 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한국은 ‘문화 수출국’을 넘어, ‘콘텐츠 소유국’으로 거듭나야 할 시점에 와 있다.
K콘텐츠 세계적 흥행의 상징, 'K팝 데몬 헌터스'
‘K팝 데몬 헌터스’는 K팝 아이돌이 악마 사냥꾼으로 변신해 세계를 구하는 독특한 설정의 애니메이션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판타지 서사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음식과 문화, 관광지를 배경으로 삼아 한국적 정서를 강하게 투영한다. 김밥, 어묵, 새우깡 등 한국의 길거리 음식이 화면을 채우고, 남산타워와 한옥마을 같은 상징적 장소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처럼 콘텐츠 안에서 ‘K-정체성’이 강조되며,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에 노출된다.
이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실제 농심은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들어간 새우깡과 신라면 한정판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콘텐츠와 식품산업이 융합된 새로운 콜라보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과연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가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수익은 플랫폼이 가져간다: 불균형한 IP 구조
문제는 ‘누가 이 콘텐츠의 진짜 주인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K팝 데몬 헌터스의 캐릭터 IP는 넷플릭스가 보유하고 있으며, 애니메이션 제작사도 일본의 소니픽처스다. 콘텐츠 속 모든 상징과 캐릭터에서 비롯되는 2차 상품, 즉 후드티, 도시락, 관광 상품, NFT까지—그 수익은 플랫폼 기업인 넷플릭스 중심으로 귀속된다.
‘오징어 게임’도 마찬가지였다. 제작사는 단 25억 원을 벌어들였지만, 넷플릭스는 해당 콘텐츠로 약 1조 원 이상의 수익을 냈다. 한국은 콘텐츠 아이디어와 창작 역량은 보유하고 있으나, IP를 지키지 못하는 구조로 인해 ‘경제적 실익’을 거의 챙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IP 주권 펀드와 공동소유 모델: 정부 지원 방향의 전환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최근 정부와 업계에서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IP 주권 펀드’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향후 콘텐츠 제작 지원의 조건으로 IP 공동소유를 제시하고 있다. 즉, 제작사가 일정 비율 이상의 IP 지분을 보유한 경우에만 정부가 제작비를 보조하는 방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내년도부터 이런 방향을 반영한 지원 정책을 강화할 계획이다. 올해만 해도 R&D 부문 1,000억 원 이상, 애니메이션 부문 287억 원, 웹툰 부문 2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었으며, 내년에는 이 예산이 IP 구조와 연계돼 집행될 전망이다. 단순히 ‘지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산업의 구조적 자립을 위한 ‘지분 확보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디즈니가 되고 싶은가, 제작기지에 머물 것인가
미국의 월트디즈니는 캐릭터 하나, 미키마우스로 86조 원의 수익을 냈다. IP의 힘이다. 콘텐츠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콘텐츠의 지적 재산권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처럼 외국 플랫폼이 모든 권리를 가져가는 구조에서는, 한국은 계속 ‘생산기지’에 머물 수밖에 없다.
디즈니가 ‘캐릭터 제국’을 이룬 것처럼, 한국도 이제 ‘콘텐츠 IP 강국’으로 전환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창작자에게는 정당한 보상과 IP 지분을 보장하고, 정부는 제작비의 일부를 직접 부담하며 지분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K컬처는 전 세계를 뒤흔들더라도, 정작 그 과실은 한국 밖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다.

K팝 데몬 헌터스의 글로벌 성공은 K컬처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지표다. 그러나 그 성공의 열매가 한국 기업이나 창작자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하나의 ‘문화적 식민지’에 머무는 셈이다. 콘텐츠 산업은 문화의 외연 확장이자 국가 브랜드의 핵심 전략이다. 이제는 감성과 창의성에 기반한 콘텐츠를 넘어, 구조적 이익까지 설계하는 ‘문화 경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