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시가 ‘물 부족 도시’로 전락했다. 몇 달째 이어진 극심한 가뭄으로 생활 기반이 흔들리자, 정부는 강릉 전역을 재난사태 지역으로 선포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지역 단위의 피해 대응을 넘어, 국가적 차원의 총력 지원이 필요하다는 신호탄이다.

대통령 “가용 자원 총동원하라”
지난 8월 30일, 이재명 대통령은 강릉시 성산면에 위치한 오봉저수지를 직접 방문했다. 현장에서 대통령은 “주민의 생존이 달린 절박한 문제”라며 “정부가 보유한 모든 수단을 아낌없이 투입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즉각 강릉을 ‘재난사태 지역’으로 공식 지정했고, 범정부 대응 체제가 가동됐다.
저수율 14.1%… 평년의 5분의 1
강릉 시민들이 의존하는 핵심 상수원,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현재 14.1%. 통상 70%를 웃도는 평년치의 불과 20% 수준이다. 지난달 말 농업용수 공급은 이미 끊겼고, 생활용수 확보마저 위태롭다. 최근 6개월간 강릉에 내린 비는 388.9mm로, 평년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물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학교, 복지시설, 가정 모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지역 농업은 사실상 마비 상태이고, 시민들의 일상도 곳곳에서 멈춰 서고 있다.

절수 넘어 강제 급수 제한… 도시 기능 위기
강릉시는 남은 물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강제적인 절수 정책을 시행했다. 9월 1일부터는 전체 수도계량기의 75%를 잠가 제한적으로만 물을 공급하고 있다.
이 조치로 공중화장실 47곳과 수영장 3곳, 청소년 카페 2곳이 문을 닫았다. 그동안 당연하게 누리던 일상적 권리가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저소득 가구와 노인 등 취약계층은 세면, 조리, 위생 활동에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하루 6천 톤 운반급수… 생수 171만 병 비축
정부는 물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전국의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했다. 소방청, 군부대, 지자체가 보유한 총 185대의 차량이 매일 6,482톤의 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
또한 병입 생수도 대규모로 비축됐다. 현재까지 전국 각지에서 모은 171만 병이 준비돼 있으며, 이미 학교와 요양시설 등에는 28만 병이 공급됐다. 행정안전부는 시민 1인당 12리터 기준으로 생수를 배분할 계획이다.
전국이 나선 ‘물 나눔 연대’
이번 대응에는 정부뿐 아니라 전국이 함께 힘을 보태고 있다. 인근 정수장에서 생산한 물은 군과 소방의 물탱크 차량으로 강릉에 공급되고 있고, 인근 하천수를 긴급 활용하기 위한 설비도 확충 중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강릉 시민의 일상을 지켜내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쓰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민간 후원과 자원봉사까지 더해지며 ‘전국적 물나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강릉시는 긴급 모금 캠페인을 통해 시민에게 호소하고 있다. “물이 절실합니다. 끝나지 않는 가뭄 속에서 한 병의 물이 누군가에겐 생명입니다.”라는 문구가 그 절박함을 대변한다.
강릉의 가뭄 사태는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선 도시 생존 위기다. 정부와 지자체, 국민이 함께 대응에 나서며 ‘전국적 연대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경험은 향후 기후위기 시대의 물 관리 정책과 재난 대응 체계를 재정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릉의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며, 저수지의 수위는 쉽게 회복되지 않고, 예보된 강수량도 부족하다. 하지만 정부와 국민의 협력 속에서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가뭄 뉴스’가 아닌,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연대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교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