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기업 경영에서 ‘사람’의 가치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ESG,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직원 복지와 같은 개념이 주류 경영 담론에 자리 잡고 있지만, 정작 그 실천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런 시대 흐름 속에서 고대 유교 경전 『중용(中庸)』에 등장하는 사상인 ‘도불원인(道不遠人)’ 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말은 “도는 사람에게서 멀지 않다”는 뜻으로, 올바른 길은 추상적 가치가 아니라 사람의 삶 속에서 실현되는 것임을 강조한다.

도불원인(道不遠人)의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존재 이유도 명확해진다. 회사는 사람을 위한 곳이어야 하며, 경영의 중심은 고객과 직원이라는 사람 그 자체여야 한다.
직원의 이름으로 만든 제품, 고객과 함께 만든 브랜드
충청북도에 위치한 천연 생활용품 기업 포이엔(Poien)은 생산직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목소리를 제품 개발 과정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살림이’ 천연 세탁비누는 청소 담당 직원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사내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문제와 불편에서 출발한 이 제품은, 출시 후 실용성과 진정성을 인정받아 고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포이엔은 “직원이 자부심을 갖고 만든 제품이야말로 고객에게도 신뢰를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도불원인의 철학은 실천되고 있다.
미국의 사회적 기업 부레오(Bureo)는 폐어망을 재활용해 스케이트보드, 안경, 가방 등을 제작하는 친환경 브랜드다. 이 회사는 고객이 단순 소비자가 아닌 환경 보존 활동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 쓰레기 수거, 분류, 재활용 워크숍 등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부레오의 공동창업자 케빈 아헨은 “우리가 만드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실천의 플랫폼”이라고 말한다.
기업의 도(道)는 조직 문화 속에 존재한다
서울에 본사를 둔 디자인 기업 오사라(Osara)는 매주 금요일마다 ‘사적인 회의’를 열고 있다. 이 시간은 업무가 아닌 직원들의 삶과 감정, 고민을 공유하는 대화의 시간이다. 오사라는 이를 통해 조직 내 심리적 안정감과 창의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경영진은 “직원이 존중받는다는 감정을 느낄 때, 고객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고 말한다. 이는 도불원인(道不遠人)이 말하는 ‘도(道)는 사람의 곁에 있다’는 가르침을 조직 내부에서 실천하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실천하지 않는 철학은 존재하지 않는 철학이다
철학자 장자는 “큰 도(道)는 소박하다”고 했다.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거창한 비전이나 마케팅 전략보다 중요한 것은 작은 약속을 지키고, 소소한 실천을 이어가는 태도다. 고객의 불편에 진심으로 대응하고, 직원의 의견을 실제 제도와 정책에 반영하며, 사회와의 관계에서 책임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모든 것이 실천의 철학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많은 브랜드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가치는 ‘진정성’이다. 그 진정성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과 사람 가까이에서부터 출발한다.
도(道)는 멀리 있지 않다
‘회사는 누구를 위한 곳인가’라는 질문은 이제 단순한 철학적 담론을 넘어, 실질적인 경영 전략의 기준이 되고 있다. 도불원인(道不遠人)의 사상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회사의 도는 결국 사람에게서 멀어져 있어선 안 되며, 기업이 지향해야 할 모든 길은 고객과 직원, 그리고 사회 속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회사가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갈 때, 비로소 고객은 브랜드를 신뢰하고, 직원은 회사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진정한 경영은 크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작고 일상적인 실천에서 출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