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다. 막내가 어린이집에서 하원할 시간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육아휴직 후 시간은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다. 12년 전, 회사에서 남자가 육아휴직이란 말을 꺼내기가 어렵던 시절에 육아휴직을 했었다. 7년 동안 일한 조직에서 조금 벗어나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꿈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맞벌이기에, 아이들 등원 후 집안일 등으로 내 시간을 갖기란 쉽지가 않다.
이번 육아휴직은 세 명의 형들이 중학생이라 조금 나을 줄 알았다. 바쁘다. 밥 차려주고, 가끔 학교 등·하교까지. 아침 9시쯤 청소기 돌리고, 설거지와 빨래까지 마치고 도서관에 가야 하는데, 코로나에 급체까지. 정말 다양한 중년 육아 휴직기를 맞고 있다. 육아휴직은 육아를 위한 휴직이 맞다. 다른 것을 할 수가 없다.
어린이집에서 신나게 하원한 막내는 단지 내 노루 놀이터로 향한다. 보통은 전기 자전거로 등·하원을 하기에, “아빠, 노루 놀이터로 후다닥 가요!”라고 말한다. 노루 놀이터는 단지 내 있는 4~7세 아이가 놀 수 있는 놀이터다. 우리가 도착하면, 이미 단지 내 친구들이 미끄럼틀과 그네를 신나게 타면서 놀고 있다. 막내는 자전거에서 용감하게 뛰어 내려서, 친구들 엄마와 할머니들한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성이 다른 세 명의 하준이와 로운, 시훈, 소윤, 우주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놀이를 하고 있다. 막내는 친구 엄마한테 가서, “마이쭈 하나만 주세요?” 막내의 입속에는 이미 마이쭈가 한가득이다. 엄마들은 간식을 많이 챙겨오기에, 최대의 수혜자는 먹는 것을 좋아하는 막내다.
‘막내는 놀이터에 놀러 가는 걸까? 먹으러 가는 걸까?’
오늘따라 동생들까지 놀이터가 놀이동산을 방불케 한다. 막내의 친구 엄마들이 땡볕 아래에서 지쳐 보인다. 이번에는 아빠인 내가 나설 차례다. 엄마들의 쉼을 위해서 전기 자전거로 단지 돌기 여행이다. 이미 5명이 아이들이 대기 중이다. 아이들을 한 명씩 자전거 뒷좌석에 태워서 출발한다. 자전거 사이로 가을바람 분다.
“손을 내밀어서 바람을 느껴봐!”
한 엄마는 내가 힘들어 보였는지, 아이들의 젤리를 그것도 3개씩이나 주면서 당을 보충해준다. 다시 힘을 내어 아이들을 태우고, 출발한다. 사실 전기 자전거라 힘이 많이 들지는 않는데. 막내는 친구의 자전거를 빌려서 열심히 연습 중이다. 저녁 6시가 넘었다. 다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한 친구는 더 놀겠다며 떼를 쓰며 운다. 다른 친구는 (엄마가 어떻게 꼬셨길래) 순순히 집으로 간다. 놀이터에서 1교시가 끝나고, 2교시가 시작되는 집으로. 땀을 열심히 흘리며 뛰어논 것은 아이들인데, 왜 우리가 힘이 드는 걸까. 그나저나 나를 포함한 엄마들은 공포의 2교시가 기다리고 있다.
“오늘 저녁은 뭐 먹지?”
K People Focus 김종하 칼럼니스트(ueber35@naver.com)
현재 직장에서 15년 동안 적응하지 못하다가 최근에서 적응하기 시작한 19년 차 소방관 아저씨,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시점에 넷째가 태어나 제2의 육아를 시작하는 다자녀 아빠이자 맞벌이 부부. 매일 글쓰기를 통해서 나를 성장시키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생활 철학자. 『소방관 아빠 오늘도 근무(2020)』,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final:행복(2021)』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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