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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을 잃은 커피, 맛을 잃은 소금

커피인문학



"초심을 잃은 커피, 맛을 잃은 소금"


얼마 전, 저는 오랜만에 고성에 자리한 단골 막국수집을 찾았습니다.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 손님이 별로 없었지만 깜짝 놀랄만큼 그 맛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그 후로 강원도에 갈 때마다 막국수를 먹기 위해 일부러 고성까지 찾았을 정도죠. 주인의 손맛은 정직했고, 국수 한 그릇에 온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쫄깃한 메밀의 고소함, 맑고 깊은 육수의 시원함, 그리고 소담한 반찬 한 접시의 온기까지—그 모든 것이 한 그릇에 담긴 '진심' 그 자체였습니다.


​재료가 달라지면... 변해버린 익숙함

그러나 이번 방문에서, 저는 낯선 기시감(旣視感)을 느꼈습니다. 익숙했던 맛이 어딘지 모르게 변해 있었습니다. 입안 가득 퍼지던 깊은 풍미가 사라지고, 가볍고 텅 빈 맛이 맴돌았습니다. 처음엔 혹시 제 입맛이 변한 것인가 생각했지만, 몇 젓가락을 더 먹고 난 후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 이 가게도 변했구나.'


​장사가 번창하고 손님이 줄을 잇자, 주인은 어쩌면 효율과 수익이라는 미명(美名) 아래 원가를 낮추기 위해 더 값싼 재료를 선택했을지도 모릅니다. 처음의 정직했던 진심은 그렇게 효율이라는 날카로운 칼날에 조금씩 베이고 희석되어 갔습니다. 저는 결국 그 집을 나오면서 다시는 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맛을 이루는 조건: 정직과 정성

커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좋은 커피는 값비싼 기계나 화려한 포장재가 아닌, '정직한 원두'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맛있는 커피는 향과 맛, 그 이전에 원두를 다루는 '정성'에 있습니다. 원가를 줄이고자 품질 낮은 커피를 사용한다면, 아무리 잘 볶고 정성스럽게 내려도 그 맛은 변질될 수밖에 없습니다. 진심이 사라진 순간, 커피는 더 이상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커피가 될 수 없습니다.


​맛이 변한 막국수 맛에 실망하며 식당을 떠나던 순간, 성경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마태복음 5:13)


​변질된 인생, 그리고 그 운명

소금의 존재 이유와 가치는 '짠맛'에 있습니다. 만일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아무 쓸모가 없어져, 밖에 버려지고 사람들의 발에 밟히는 신세가 될 뿐입니다. 이 말씀은 우리의 인생, 나아가 우리의 신앙에도 날카롭게 적용됩니다.


​처음 믿을 때 느꼈던 뜨거운 마음, 처음 봉사를 시작하며 가슴 뛰던 설렘, 하나님을 향한 첫사랑의 순수함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시간이 흐르고, 신앙생활이 형식적이 되면서, 우리는 종종 처음의 정직함과 진심을 슬그머니 잃어버리게 됩니다.


​맛을 잃은 소금처럼, 맛이 변한 커피처럼, 교회와 성도들이 본질을 상실한다면, 아무리 겉모습이 번지르르하고 견고해 보여도 그 안에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감동이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의 맛을 지키는 다짐

저는 그 막국수집을 뒤로하고 돌아서며, 식당에 있는 자판기 커피를 빼서 한 모금 마셨는데, 심각하게 화학적인 맛이 강하게 나서 도저히 마실 수 없었습니다. 그 가게는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원가를 심하게 줄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운영한다면 머지않아 손님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그 순간 제 마음 깊은 곳에서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지금, 처음 믿었던 그 순수하고 뜨거웠던 첫사랑의 맛을 지키고 있는가?”


​커피든, 믿음이든, 아니면 우리네 인생이든, 처음의 진심을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결국 가장 값지고 영원한 가치입니다.

​맛이 변한 음식점이나 카페는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됩니다. 맛을 잃은 소금은 버려지고 다시 쓰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처음의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고 진실되게 살아온 사람은, 하나님이 찾아 쓰시는 하나님의 사람이 됩니다. 변질되지 않은, 영적 순수성과 진실을 지켜내는 사람의 말에는 영향력이 있고, 그 섬김에는 깊은 맛이 있습니다.


​오늘도 커피 한 잔을 조용히 내리며, 저는 다시 다짐합니다. "주님, 제가 변질되지 않게 도와주세요. 항상 진실되게 하시고, 첫사랑을 회복하게 하시며, 그리하여 언제나 깊고 정직한 맛을 내는 삶을 살게 도와주세요."

​글 | 최우성 목사

태은교회 담임 / 강원대학교 교수 / 감리교신학대학교 평생교육원 교수 / 알고 보면 재미있는 커피 인문학 저자 / 농학박사(Ph.D) / 목회학 박사(D.min)

작성 2025.10.01 22:32 수정 2025.10.01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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