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키나와 주민에게 오키나와 소바는 단순한 면 요리가 아니다. 일상의 위로이자 세대를 잇는 기억이며 지역 정체성을 상징하는 식문화이다. 매년 10월 17일이 되면 현 전역에서는 소바를 기념하는 행사가 이어지고, 단골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한 그릇을 다시 확인한다. 올해도 소식이 무르익었다. 코로나19로 영업을 멈췄던 나하 소바가 10월 17일에 맞춰 완전 복귀를 알렸다. 본고장 맛을 기다린 이들에게는 가장 반가운 소식이다.
오키나와 소바의 뿌리는 궁중 요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쇼와 초기에 들어서며 서민들의 식탁에 오르기 시작했고, 전쟁의 참화를 거치며 소바집이 거의 사라졌지만 전후 배급 밀가루로 국수가 다시 삶아지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현재의 이름이 보편화됐으나 1976년에는 소바 가루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명칭 사용을 문제 삼는 행정 통지가 내려왔다. 지역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키나와의 식문화를 바꿔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 아래 명칭 인정을 위한 활동을 이어갔고 1978년 10월 17일 마침내 오키나와 소바라는 이름을 정식으로 인정받았다. 이 날을 기리는 의미로 1997년 오키나와 소바의 날이 제정됐다. 이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지역 자긍심으로 남아 매년 같은 날짜에 되새겨진다.
오키나와 소바는 소바 가루를 아예 사용하지 않고 밀가루만으로 면을 만든다. 2013년에는 지역 식품 브랜드의 까다로운 표시 기준인 본장의 본물에 면류로는 전국 최초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 이 인증의 핵심은 오키나와 소바가 갖춰야 할 엄격한 요건에 있다. 제조지는 반드시 오키나와현 안에 있어야 하고 손반죽과 같은 공정을 거친다. 단백질과 회분 수치가 규정된 밀가루를 쓰고 가수 비율과 가성소다 성분으로 알려진 칸스이의 농도, 소금의 농도를 세밀하게 맞춘다.
숙성 시간은 짧게 가져가며 면의 두께와 절단 규격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삶기 전에 손으로 비벼 면결을 살리는 공정을 거치고 삶는 물의 수소 이온 농도와 삶는 시간 또한 정해져 있다. 마지막으로 기름 처리까지 마쳐야 한 그릇의 면이 비로소 오키나와 소바라 부를 수 있다.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기준 밖이다. 지역이 축적해 온 기술과 감각이 수치와 절차로 정리되어 전통과 품질을 동시에 지켜낸 셈이다.
토핑과 국물의 조화도 정체성을 이룬다. 붉은 생강이나 잘게 채 썬 생강은 담백한 육수에 선명한 풍미를 더한다. 향긋한 섬 파는 개운한 쌉싸래함으로 균형을 잡는다. 메인 토핑으로는 비계를 살린 삼겹 수육이나 뼈가 붙은 소키가 올라간다. 손질한 돼지고기에 단맛과 간장을 배게 한 전통 조리법이 식감과 풍미를 이끈다. 생선 살을 갈아 기름에 튀긴 가마보코는 지역마다 다른 재료를 더해 다채로운 칼라를 보여 준다. 면은 밀가루 반죽의 탄력이 살아 있고 일부 장인들은 재래식 재를 활용한 방식이나 현지 재료를 반죽에 더해 개성을 드러낸다. 국물은 대개 돼지뼈의 깊이와 가쓰오부시의 향이 만나 투명하면서도 진한 맛을 낸다. 면과 토핑의 힘을 해치지 않도록 시간과 온도를 조절해 밸런스를 맞춘다. 결과적으로 단정한 그릇 하나가 오키나와의 바람과 햇살, 사람들의 손을 담아낸다.
오키나와 소바의 날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역의 일상 음식이 법적 정의를 갖추고 인증 체계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은 지역이 스스로의 문화를 지켜 낸 기록이다. 학교 급식과 가정 식탁, 관광객의 미각을 통해 전파되는 오늘의 소바는 이름을 둘러싼 논란과 논의를 통과하며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관광 성수기를 지나 가을과 겨울로 이어지는 이 시기는 오키나와 소바를 맛보기 좋은 계절이다. 지역 식당은 신선한 재료로 국물을 손보고 면의 식감을 미세하게 조정한다. 일부 매장은 계절 메뉴를 선보이며 지역 생산자와의 협업을 확대한다. 오키나와 소바의 날을 맞아 열리는 프로모션과 한정 메뉴도 여행자에게 선택의 재미를 준다. 오키나와 소바의 날은 지역 식문화의 역사와 가치를 공유하고 소상공인의 활력을 북돋우는 계기이다.
오키나와 소바의 이름을 지켜 낸 역사와 장인의 손길이 만든 한 그릇이 매년 같은 날 더 빛난다. 10월 17일 오키나와에서 맛보는 따뜻한 국물과 탄력 있는 면발은 지역의 어제와 오늘을 잇는 가장 맛있는 기록이다. 소바집에 들러 그릇을 비우고 오키나와의 이야기를 마음에 채우는 오키나와 여행도 기억에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