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축시장에서 가장 특이한 현상 중 하나는 고층·곡면·복합 구조물일수록 수주 경쟁이 오히려 줄어든다는 점이다.
대형 프로젝트라면 일반적으로 더 많은 건설사가 몰리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발주처는 “할 수 있는 업체가 거의 없다”는 답을 반복해서 듣고, 시공사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선뜻 나서지 않는다.
이 현상은 단순한 인력 부족이 아니라 기술격차와 공법 한계가 만든 구조적 공백(market void)이다.

고층 프로젝트 기피 이유: 바람·진동·하중을 버티는 공법이 없다
고층 건물 외피는 강풍·진동·온도 변화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특히 50층 이상에서는 외벽부재가 하루에도 수 번씩 미세 변형을 겪는다. 알루미늄 커튼월이나 용접 중심 공법은 이러한 변형에 매우 취약하다.
- 바람 하중에 의한 처짐 발생
- 반복 피로 하중 → 균열 증가
- 용접부 미세 변형 → 구조적 하자로 발전
- 장기 유지관리 비용 폭증
발주처 입장에서는 초기 비용보다 건물의 장기 안정성이 훨씬 더 중요한데, 현재 시장의 공법은 이 요구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그 결과, 고층 프로젝트는 기술 응답능력이 없는 업체에게는 ‘수주 리스크’가 된다.
곡면·비정형 시공 기피 이유: 설계–제작–시공을 통합할 기술이 없다
곡면·비정형 구조물은 단순한 외장재가 아니다. 설계–엔지니어링–제작–현장 조립까지 모든 단계가 기하학적으로 연결된 고난이도 공정이다. 문제는 국내 대부분의 외장재 업체가 아래 구조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 설계가 외주, 제작도 외주, 시공은 다시 다른 하도급, 엔지니어링 기능은 거의 없음
즉, 비정형 구조물을 시공하려면 적어도 아래 네 가지 능력이 모두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는 그중 하나만 갖고 있다.
- 3D 엔지니어링
- 공장 자동화·정밀 제작
- 비정형 조립 기술
- 구조해석 기반 기술지원
그래서 발주처가 곡면·비정형 시공을 요청하면 대부분의 업체들은 “리스크가 크다”, “할 수 없다”는 답을 내놓는다.
현장 리스크 확대: 용접 중심 공정은 복잡한 구조물에서 더 위험해진다
고층·곡면 시공에서 용접 중심 공정이 기피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 열변형 확대 → 설계 치수와 실제 시공의 불일치
- 불티·고온 → 화재 위험 증가
- 작업자 숙련도 의존 → 품질 편차 극대화
- 작은 결함도 곡면 구조에서는 더 큰 하자로 확장
즉, 구조가 복잡할수록 용접 중심 공법은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 때문에 기술 역량이 부족한 업체는
고난이도 외장재 시공은 “이익보다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하여 회피하게 된다.
기술격차의 현실: 고난이도 프로젝트는 ‘수익성 높은 시장’인데도 비어 있다

이런 공백 현상은 역설적으로 고난이도 프로젝트일수록 수익성이 높음에도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이 극히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발주처는 ‘할 수 있는 업체’에 프리미엄을 지불할 수 밖에 없고, 프로젝트 하나가 수십억 단위의 매출로 연결되며, 기술 장벽이 높아 경쟁사가 적고, 유지보수·추가 공사까지 장기 수익 구조 형성되는 고부가가치의 시장이 바로 이 “공백의 시장”이다.
즉, 시장 자체가 확실히 존재하는데, 이를 시공할 기술력을 가진 조직이 거의 없다.
이 산업은 지금 명확한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할 사람이 없어서 못하는가,
아니면 할 기술이 없어서 못하는가?”
대부분의 경우, 정답은 두 번째다.
시장 공백을 메우는 기술의 조건: 고강도·고내식 강재 + 무용접 + 공장 제작
고난이도 구조물을 감당하려면 공법 자체가 다음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 고강도·고내식성 소재 기반 구조
- 용접 없는 체결 방식으로 변형·화재 리스크 제거
- 공장 정밀 제작으로 설계–시공 편차 최소화
- 엔지니어링 기반 시공 지원 체계 필수
- 곡면·비정형 대응 가능한 롤포밍·성형 기술
- 설계–제작–시공 통합 운영 가능해야 함
이 조건을 충족하는 기술 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대형 프로젝트라도 수주를 감당하기 어렵다.
그 결과, 시장에는 ‘할 수 없는 업체’가 대부분이고, ‘할 수 있는 업체’가 독보적 강자로 부상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결론: 기술격차는 시장의 문제이자 기회이다
고층·곡면·비정형 건축이 늘어날수록 기술격차는 더욱 크게 드러날 것이다. 이는 산업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기술 기반 조직에게는 거대한 기회다.
시장에 공백이 생길 때,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은 언제나 “기술을 이해하고, 기술을 다루고, 기술을 만들 수 있는 조직”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 시장 공백을 실제로 메우고 있는 공법과 구조혁신 사례를 중심으로
스틸커튼월 기술의 부상과 기술적 원리를 분석할 예정이다.
[기고자 소개 | 편집국 작성]
이지윤 ㈜이오니크 대표
현장을 매일같이 누비며 공부하고, 기술자와 엔지니어를 설득해 팀을 꾸리고, 제조설비에 과감하게 투자해 온 그의 행보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이지윤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오히려 아무것도 몰랐기에, 이 시장을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이오니크는 그 무모한 시작과 집요한 실행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