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는 단순히 녹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음악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정교한 음향 설계와 적절한 장비, 그리고 엔지니어의 섬세한 감각이 어우러질 때 한 곡의 음악은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 특히 아티스트가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은 감정의 깊이와 표현력을 극대화한다. 같은 곡이라도 어떤 공간에서, 어떤 손길로 다뤄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탄생한다. 결국 좋은 스튜디오는 좋은 음악을 낳는 ‘보이지 않는 악기’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 강남구 ‘Studio F' 이준혁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 [Studio F] 이준혁 대표 |
Q. 귀사의 설립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저는 기타를 통해 처음 음악의 세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밴드 음악을 즐겨 듣고 연주하며 자연스럽게 실력을 쌓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클래식과 뮤지컬, 시네마틱 등 다양한 장르로 음악적 관심이 확장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기타라는 악기 하나만으로는 표현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동시에 음악 전체를 제 손으로 다루며 하나의 큰 흐름 속에서 조율하고 창조하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습니다. 당시 국내 상업 음악은 보컬 중심의 구조가 일반적이었는데, 다양한 음악을 접하고 연구해 온 제게 그 균형은 늘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이에 저는 직접 보컬만 돋보이는 음악이 아니라, 모든 악기와 사운드가 각자의 목소리를 내며 조화를 이루는 음악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2016년 제 생일에 Studio F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Q. 귀사의 주요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Studio F는 음악의 창작과 제작, 전 과정을 아우르는 공간입니다. 크리에이티브 분야에서는 작곡, 편곡, 오케스트레이션 등을 중심으로 아티스트가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또한 음원 제작 과정에서는 레코딩, 에디팅, 믹싱, 마스터링을 통해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구현합니다. 이곳에서는 음악 경험이 전혀 없는 일반인부터 아마추어, 프로 아티스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Studio F에서 자신의 음악이 한 단계씩 성장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음악을 넘어 사진과 영상 분야로도 서비스를 확장했습니다. 프로필 촬영, 콘셉트 사진, 스냅샷, 커버 영상, 티저,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 등 아티스트의 음악을 시각적으로 완성하는 다양한 콘텐츠 제작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 ▲ [Studio F] 내부 모습 |
Q. 귀사만의 특징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저희 스튜디오의 슬로건은 ‘당신의 음악을 내 음악처럼 소중히’입니다. 제가 연주자 출신이어서 그런지 음악에 대한 욕심이 크고, 이는 제 음악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음악을 대할 때도 같습니다. 그래서 클라이언트의 작품을 작업할 때 단순히 기술적인 완성도에만 집중하지 않습니다. 음악이 담고 있는 의도와 색깔, 방향을 최대한 이해하고 그것을 어떻게 하면 가장 선명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클라이언트가 만족하고 저 역시 그 결과에 진심으로 만족할 때 비로소 하나의 작업이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음원 작업을 위해 방문하신 분들에게는 Memory라는 서비스를 통해 작업 과정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겨드리고 있습니다. 그 결과 아티스트의 목소리와 연주가 담긴 특별한 추억을 간직하실 수 있습니다.
Q. 귀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대표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스튜디오를 연 직후, 같은 학교 후배들로 구성된 밴드의 첫 싱글 작업을 맡았던 일이 아직도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친한 사이였지만 다른 사람의 작품을 함께 만든다는 책임감이 생각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개업 후 첫 프로젝트였던 만큼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결국 밴드와 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이 완성되었습니다. 발매 후 그 싱글이 음악평론 사이트에 소개되었고, 여러 평론가분들이 좋은 평가를 남겨주셨습니다. 함께 만든 음악이 세상에서 인정받는 순간의 벅찬 감정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때의 기사를 지금도 가끔 찾아 읽으며 초심을 다잡곤 합니다.
또한 현재 저는 기타리스트로서 여러 장르의 음악과 국악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음악을 선보이는 ‘도시’라는 밴드 활동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 스튜디오는 저희 밴드의 아지트 같은 공간이기도 합니다. 2018년 결성 후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이곳에서 몇 달간 밤낮없이 작업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결과 그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수상곡은 이후 스튜디오에서 재작업을 거쳐 첫 싱글로 발매되었고, 현재까지 스트리밍 중입니다. 지금도 ‘도시’는 국내 공연은 물론 해외 페스티벌과 투어 무대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 ▲ [Studio F] 내부 모습 |
Q. 향후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제 안에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아직은 조금 먼 미래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언젠가 꼭 이루고 싶은 목표입니다.
제가 그리고 있는 이상적인 공간은 밴드 제네시스의 보컬이었던 피터 가브리엘이 만든 Real World Studio와 닮아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아티스트들이 스튜디오를 단순히 녹음 공간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며칠에서 몇 달 동안 머물며 곡을 만들고 앨범을 완성해 갑니다. 국내에는 아직 그런 환경이 거의 없고, 아티스트들이 일상적인 삶 속에서 오롯이 음악에만 집중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언젠가 자연 속에서 음악에만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숲과 연못이 어우러진 곳에 스튜디오와 숙소, 휴식 공간이 함께 있는 음악의 안식처 말입니다. 그곳에서는 하루의 시작과 끝이 모두 음악으로 이어지고, 아티스트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 지금의 이 스튜디오를 떠나게 된다면, 그다음은 바로 제가 꿈꾸는 그 공간일 것입니다.
Q. 독자들에게 전할 말
A. 스튜디오의 홈페이지에도 적혀 있지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세상의 빛을 본’, ‘새롭게 세상에 나온’이라는 말입니다. 이 표현에는 제가 음악을 단순한 매체가 아닌 하나의 생명체로 바라보는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모든 음악은 아티스트에게 자식과 같은 존재입니다. 한 곡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고민과 시행착오, 정성과 사랑이 쌓이며 탄생하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이제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무수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LP나 CD를 사러 갈 필요도 없고, 듣고 싶은 구간으로 바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편리함 속에서 한 곡이나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며 아티스트가 전하고자 한 세계를 온전히 느끼는 경험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숲 밖에서 보면 나무만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숲을 이루는 건 나무만이 아닙니다. 요즘의 음악 감상은 마치 숲을 멀리서 스쳐보는 것처럼 느껴져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아마 이 감정은 세상의 모든 뮤지션들이 공감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음악은 소중합니다. 한 곡을 완성하기 위해 쏟은 시간과 노력, 마음을 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나 그 음악이 세상의 빛을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의 귀와 마음속에 닿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