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어느 대형 쇼핑몰 안에 입점한 서점에 들렀습니다. 그 큰 매장의 절반가량은 문구류나 커피 전문점이 차지하고 있었고, 나머지는 유·초등 도서와 시험대비용 수험서가 거의 전부였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도서 비치 공간은 정말 좁더군요.
대한민국 성인 평균 독서량이 1권에 미치지 못한다는 건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만, 성인 독서 공간의 축소라는 시각적 효과까지 더해지니 씁쓸함이 더 커집니다. 서점의 진열 공간 자체가 현재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서점이 정한 ‘화제의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 사회의 관심사를 반영하고 있을테니까요. 키워드별 순위를 정하진 않았지만, 글자 크기가 큰 순서대로 몇 가지를 나열해 봅니다.
슬로우 리빙, 저속노화, 한국소설, 재테크. 필사, 케이팝데몬헌터스, 런닝. 그리고 가장 큰 글자는 ‘A.I’였습니다. ‘A.I.’라는 단어를 보니 영국 콜린스 사전이 발표한 올해의 단어,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직역하면 ‘이런 느낌으로 만들어줘’입니다.
'바이브 코딩'이 선정된 건 인간은 그저 느낌을 제시하고 창작의 과정은 기계에 맡기는 상황을 대변합니다. A.I.가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와 능동적인 행위를 대신해 주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A.I에게 제 삶을 맡기면서 ‘이런 느낌으로 살아줘’라고 한다고 해서 제 삶 까지 바뀌진 않을 것입니다. 목요편지에서 여러번 A.I에 대해 언급하며, 깨달은 한 가지는 ‘나’라는 존재는 결국 손과 마음을 직접 움직여야만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올 한 해, 저는 어떤 키워드를 만들어가며 살아왔을까를 돌아보게 되더군요. 주요 키워드는 결혼 10주년, 필사책 1권 채우기, 종교생활 터전 이동, 런닝 (10km 달리기), 큰아이 초등생 입학, 아내의 복직, 나세네 대학원 졸업, 목요편지 개근.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목요편지 개근입니다. 쉽다면 쉬운 일이고, 어렵다면 어려운 1주일에 글 한 편 쓰기입니다. 글의 완성도를 떠나 꾸준한 능동행위라는 점에서 스스로를 칭찬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시작했다가 이도 저도 아닌 모양새로 멈춰있는 일, 용기 있는 도전이나 괄목할 만한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닐까 하는 아쉬움도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렇다고 저 자신을 자책하거나 몰아세울 필요는 없겠죠. 또한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2025년‘과 같은 시간의 물리적 개념에 얽매일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하기 때문에 존재를 인정받거나 완벽해지는 건 아닐 것입니다.
다만 A.I 시대의 ‘바이브 코딩’을 넘어, 스스로 능동적으로 시도해 보는 작고 사소한 행위들이 삶의 의미를 더해주는 건 분명한 듯합니다. 오늘이 그런 능동성을 다짐해보는 시간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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