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곽의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면서 수도권 전세 시장에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잇따르면서 서울 중저가 지역의 전세 공급이 급감했고, 그 여파가 경기권으로 번지고 있다.
직장생활 3년 차인 30대 초반 이대로(가명) 씨는 최근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발품을 팔고 있다. 하지만 서울 내에서는 마땅한 전세를 찾기 어려워, 결국 경기도 일대 빌라 전세를 검토 중이다. 그는 “서울은 전세가가 너무 높고, 매물도 귀하다”며 “GTX 노선이 연결된 파주나 하남까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성북·동대문·은평·관악구 등 실수요층이 몰린 중저가 지역에서 전세 품귀 현상이 두드러진다. 매물이 나오면 하루 만에 계약이 끝나는 경우가 많고, 보증금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6·27 전세대출 제한’과 ‘10·15 토지거래허가제 확대’의 복합적 결과라고 분석한다. 전세대출이 소유권 이전 전에는 불가능해지면서 신축 아파트의 전세 공급이 줄었고, 토지거래허가제가 확대되면서 신규 주택 소유자는 실거주 의무를 지게 되어 전세로 내놓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입자들은 서울을 떠나 경기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하남, 구리, 화성, 수원 등지의 전세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가격이 한 달 새 3~5%가량 상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수원대학교 부동산학전공 노승철 교수는 “서울 전세시장 불안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공급 부족이 드러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의 병행 시행이 실수요자의 이동을 제한하고, 시장 내 유동성을 크게 줄였다”며 “정부가 공급 기반을 확충하지 않으면 전세가격 상승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노 교수는 또한 “서울의 전세난이 경기로 확산되면 결국 수도권 전반의 임차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임대차 안정화 대책과 공공임대 공급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도 “서울 전세 매물이 줄면서 세입자들이 경기로 몰리고 있다”며 “특히 교통망이 확충된 하남·영통·화성 지역은 일종의 ‘대체 전세벨트’로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세가격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규제의 속도 조절과 실수요자 중심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세난은 단순한 시장 불균형을 넘어 주거정책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실수요자 보호와 전세 공급 확대를 위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수도권 전역의 임차 시장 불안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