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는 지금도 ‘한 남편을 여러 여성이 함께 공유하는’ 일부다처제(Polygyny)가 간헐적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인이 흔히 떠올리는 종교적 이유나 전통적 관습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네팔 사회의 독특한 지리·경제·문화적 환경이 결합하며 형성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먼저 가혹한 자연환경이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히말라야 산악 마을은 경작지가 좁고 생활 여건이 열악해, 가족이 생계를 유지하려면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아내가 농사·가축방목·가사 노동을 함께 분담하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네팔의 전통 계급인 지장(Thakali)·구르룽(Gurung)·셰르파(Sherpa) 사회에서는 과거부터 가족 단위 생산을 중시하는 문화가 강했다. 가족 구성원이 많을수록 생존 가능성이 높았기에 일부 가문에서는 일부다처제가 일종의 ‘경제적 전략’으로 활용됐다.
이와 함께 여성 인구 비율 불균형도 영향을 미쳤다. 고산지대에서는 위험한 노동 환경과 잦은 외지 노동으로 남성 사망률이 높아 ‘여성이 더 많은 지역’이 발생했다. 이때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위해 여러 여성이 한 남성과 가정을 이루는 형태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네팔 정부는 지금은 법적으로 일부일처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나, 고산·오지의 전통 사회에는 여전히 관습적 일부다처제가 명맥을 유지하는 곳이 존재한다. 문화인류학자들은 이를 두고 “특정 종교나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극한 환경이 만든 생존 방식”이라고 평가한다.
현지 연구자인 카트만두대의 한 교수는 “외부에서 보면 특이하게 보이지만, 그들에겐 삶을 지탱하기 위한 합리적 선택이었다”며 “다양한 가족문화는 자연환경과 경제 구조를 함께 이해할 때 비로소 설명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