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동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비행기가 착륙하는 순간 객석에서 일제히 박수가 쏟아지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한국인이나 서유럽 여행객에게는 다소 생소한 모습이지만, 이 지역에서는 비교적 익숙한 문화로 자리 잡아 있다. 도대체 왜 ‘착륙 박수’가 풍습처럼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러시아 항공문화 전문가들은 이 관습이 1990년대 항공 안전 불안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당시 러시아의 경제 혼란과 항공사 구조조정, 노후 기종 운영 등이 겹치며 항공 안전 사고가 잦았다. 승객들은 착륙할 때까지 불안감을 안고 비행해야 했고, “무사히 땅을 밟았다”는 안도감이 터져 나오는 방식이 바로 박수였다. 그 시절을 겪은 세대에게 박수는 자연스러운 ‘생존의 감사 표시’였다.

또 다른 이유는 러시아 특유의 감정 표현 방식이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감정 표현을 절제하기보다는, 러시아인들은 기쁨·안도·감사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데 익숙하다. 특히 위험을 벗어난 순간 박수나 환호로 감정을 공유하는 문화는 러시아 극장 관람이나 스포츠 경기 응원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일부 항공 전문가는 “착륙 박수는 승무원과 조종사에게 보내는 감사의 예절”이라는 해석도 덧붙인다. 실제로 러시아 조종사들은 “여전히 박수를 들으면 뿌듯하다”고 말하며, 승무원들도 “승객이 안전하게 도착했다는 집단적 안도감을 공감하는 특별한 순간”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최근에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구식 문화”라는 인식이 늘면서 박수 관습이 줄어드는 추세다. 국제 노선에서는 다양한 문화권의 승객이 섞이며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러시아 국내선이나 일부 동유럽 항공편에서는 여전히 착륙 직후 작은 박수 소리가 이어지며, 여행객에게 독특한 장면을 선사한다.
안전한 착륙을 향한 안도, 조종사에 대한 감사, 그리고 러시아 특유의 표현 문화가 뒤섞여 만들어진 작은 풍속. 러시아 하늘에서는 오늘도 ‘착륙 박수’가 여행객의 미소를 자아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