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대한민국에서 1인가구는 더 이상 특별한 생활 형태가 아니다. 인구 구조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삶의 방식이며, 일상·건강·정서의 형성 방식 역시 기존 세대 중심의 가족 구조와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실시된 건양대학교 웰다잉융합연구소(연구책임자 김광환)와 한국여론리서치가 ‘한국형 웰에이징 모델 개발을 위한 1인가구 조사’(316명 대상)에서는 음주가 단순한 기호 행동이 아니라 정서적 공백과 일상의 시간을 메우는 도구로 사용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확인되었다. 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의 생활기간은 5년 미만이 11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전체 조사자 중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5년 이상 10년 미만이 108명, 10년 이상 20년 미만이 111명으로 중·장기 거주자 비율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또한 20년 이상 장기 1인가구도 79명에 달해, 1인가구가 일시적인 형태를 넘어 안정적인 생활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체 1인 가구 중 1개월에 2~4회 이상 음주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8.4%, 한 번 마실 때 술자리에서 2,000mL(소주 약 6잔) 이상 마신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19.8%에 달했다. 특히 60대 이상은 해당 비율이 더욱 높아, 혼자 사는 기간이 길수록 음주량과 빈도가 함께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한 연령대별 1회 음주량을 분석한 결과, 20대는 10잔 이상 고위험 음주 비율이 28.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30~40대는 중간 음주량(3~6잔)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으며, 특히 40대는 5~6잔 비율이 22.2%로 높았다. 50대는 1~6잔 구간이 고르게 분포해 비교적 안정적인 음주 패턴을 보였다. 반면 60대는 소량 음주(1~2잔 36.5%)가 가장 높아, 연령이 증가할수록 절주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세대별 음주 습관 차이를 반영한 맞춤형 건강관리와 음주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주목해야 할 집단이 확인되었다. 월소득 200만 원 미만의 1인가구, 타인과의 연락이 주 1회 미만인 고립형 생활자, 그리고 60대 이상 장기 단독생활자가 그 대상이다. 이들은 혼자 마시는 음주를 ‘정서 안정’과 ‘시간을 메우는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이는 단순한 음주 습관을 넘어 심리적 고립과 건강 위험을 동시에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즉, 문제는 술 그 자체가 아니라 관계를 대신하는 술의 역할에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1인가구의 음주 문제를 의료적 관리나 금주 교육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음주는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정서·생활 구조의 문제와 깊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은 ‘술을 줄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시지 않아도 머무를 수 있는 관계의 자리를 만드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우선, 동네 단위에서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소규모 커뮤니티 활동이 필요하다. 같이 밥을 먹고, 취미를 공유하고, 일상적인 안부를 주고받는 관계망은 혼자 사는 사람들의 정서적 허기를 줄이고 음주 의존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한 혼자 생활하는 사람을 지역이 먼저 찾아가는 형태의 심리·생활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상담, 건강 코치 프로그램, 지역 방문 상담 등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개입할 수 있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더불어 고립 징후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자가점검 시스템과 지역 연계 지원 구조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웰에이징이란 단순히 나이 드는 것을 관리하는 문제가 아니라 함께할 사람이 있는 삶,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유지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술은 종종 사라진 관계의 자리를 대신해 등장한다. 따라서 웰에이징을 위해 필요한 것은 금주 캠페인이 아니라 관계를 회복시키는 사회적 환경이다.
고립된 노후가 아니라 연결된 노후를 만드는 것, 이것이 앞으로의 웰에이징 정책이 향해야 할 최종 목적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