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 허의 작업 세계는 오래전부터 두 축으로 움직여왔다.
하나는 유기적 생명성과 여성적 형상을 품은 ‘아이리스’, 다른 하나는 빛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의 결을 탐구한 ‘광휘’다.
이 두 시리즈가 깊어진 끝에서, 작가의 새로운 연작 <푸른빛의 푸가>가 탄생했다.
그의 화면에서 감정은 단일한 흐름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미세하게 떨리는 선, 겹겹이 쌓인 색, 감정의 흔적은 서로 다른 목소리가 되어 층위를 이룬다.
이 구조는 음악 형식 푸가(Fugue)와 닮아 있다.
라흐마니노프의 응축된 정서와 푸가의 다중 선율은 작가에게 감정의 “구조”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드로잉 연작 ‘선율’은 먹으로 단숨에 그어진 선에서 감정의 원음이 발생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반대로 나이프 작업 ‘변주’는 감정이 날카롭게 분절되는 찰나를 기록한다.
콜라주 ‘결’에서는 한지·한복 원단의 비침과 레이어를 통해 감정의 촉감이 부유하고,
오브제 ‘공명’에서는 감정이 소리의 구조로 확장된다.
안젤라 허의 <푸른빛의 푸가>는 아이리스의 형상 — 광휘의 빛 — 푸가의 감정 구조.
이 세 가지가 하나의 큰 흐름으로 합류하는 지점이다.그 속에서 감정은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라, 복수의 선율로 살아 움직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