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여행한 한국인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불만 중 하나가 바로 “밥맛이 이상하다”는 점이다. 빵과 치즈의 천국이라 불리는 유럽이지만, 정작 밥을 지어 놓으면 설익거나 질고, 심지어는 푸석거리기 일쑤다. 같은 쌀을 사용하는데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쌀 품종, 조리 문화, 물의 성질, 그리고 밥을 바라보는 문화적 태도에서 찾는다. 우선 유럽에서 주로 소비되는 쌀은 한국·일본에서 밥 짓기에 사용하는 찰기 높은 단립종과 성격이 다르다.

이탈리아 리소또용 아르보리오, 스페인 파에야용 봄바, 중동·인도에서 영향을 받은 바스마티 등은 각각 요리 특성에 맞춰 개발된 품종으로, 한국인이 선호하는 ‘쫀득한 밥’을 만들기에는 구조적으로 적합하지 않다. 밥 자체의 풍미보다 요리와의 조화를 중시해 온 전통이 반영된 결과다.
또한 유럽에는 동아시아에서 발전한 정밀 전기밥솥 문화가 자리잡지 못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물 10~20ml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밥맛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술이 일상화되어 있지만, 유럽 가정은 주로 냄비에 끓여 밥을 만들고 중간에 불을 줄이거나 뚜껑을 열어 김을 날리는 방식이 흔하다. 정확한 온도와 습도 조절이 어렵다 보니 밥맛의 편차가 크고, 한국인 기준에서는 ‘미완성’처럼 느껴지기 쉽다.
여기에 물의 성질도 영향을 미친다. 유럽 대부분 지역은 칼슘·마그네슘이 많은 경수(硬水)를 사용하는데, 이는 쌀을 충분히 부드럽게 익히지 못하고 전분이 고르게 퍼지는 데 방해가 된다. 반면 한국과 일본의 연수는 밥알이 균일하게 익고 촉촉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무엇보다도 유럽에서는 밥이 ‘메인 음식’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점도 큰 차이를 만든다. 밥은 리소또, 파에야, 라이스샐러드 등 다른 요리를 위한 재료이자 곁들임에 지나지 않았다. ‘밥 자체의 맛’을 추구하지 않았던 오랜 문화가 오늘날까지 이어진 셈이다.
결국 유럽의 밥맛 문제는 단순한 조리 실수라기보다, 쌀 품종과 조리 방식, 물의 특성, 문화적 배경이 결합된 구조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빵 중심 식문화가 지배해 온 유럽에서는 밥맛 개선이 중요한 과제가 아니었고, 반대로 쌀이 일상의 중심에 있는 한국에서는 밥맛이 식문화의 핵심 가치로 발전해 왔다. 두 지역의 밥맛 차이는 바로 이러한 문화적 지형의 차이를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