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난 지 불과 3초 만에 형성된다는 첫인상의 힘은 의외로 강력합니다.
물론 비합리적이고 주관적이라는 치명적 단점을 갖고 있지만, 첫인상 효과(초두 효과)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저는 얼마 전에 노래 경연 프로그램을 보면서 첫인상 효과의 신비함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경연은 중반을 넘어섰기에 나름의 고수들만 생존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음악의 문외한을 넘어서 음치이자 박자치인 저도 가수들의 첫 소절만 듣고서 승패를 가름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매긴 평가점수를 아내에게 밝힐 정도로 자신 있었고, 심사위원들의 판정도 별반 다르지 않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궁금했습니다.
‘어떻게 짧은 첫 소절에서 가수의 역량이 판가름 나는 것일까?’
그리고 두려운 마음도 올라왔습니다.
노래를 업으로 생각하는 가수들조차 한 곡 아니 한 소절에서 내공이 드러나는데,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내공과 품성은 얼마나 쉽게 드러날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부끄러워집니다.
그러나 안목있는 사람은 타인의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습니다.
이들은 가수들의 첫 소절에서 그 비범함을 알아차리듯이, 사람들의 행동거지를 보고 그의 인품을 꿰뚫어 봅니다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한 명입니다.
그는 사람을 채용하거나 중요한 일을 맡길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상대방의 ‘걸음걸이’였다고 합니다.
걸음걸이를 보고 그의 사람 됨됨이와 역량을 짐작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방법이 이회장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아닙니다.
어느 전문가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택은 대문에서 사랑채에 이르는 길을 직선으로 만들지 않고 우회토록 만들어 놓았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방문자의 걸음걸이와 태도를 관찰함으로써 그의 사람 됨됨이를 미리 가늠해보는 데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안목으로 사람을 깊이 바라본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이현주 목사님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목사님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마지막 영성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분의 진면목은 최근 전해 들은 이야기로 대신하겠습니다.
누군가가 목사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목사님은 하나님을 만난 적이 있으신가요?”
목사님은 다정하게 말합니다.
“질문하시는 분도 저에겐 하나님입니다.”
저는 천행으로 그분을 두세 번 뵌 적이 있습니다.
어느 모임에서 목사님은 “밥 먹는 모습을 유심히 보면 사람이 보인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평범한 말이라 들을 때는 이해가 되었는데,
돌아서서 생각해보니 밥 먹는 어떤 모습에서 그 사람의 품성이 비치는지 막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무튼 목사님의 말씀에 의하면 ‘음식을 먹는 태도’가 그 사람의 참모습입니다.
지금 생각하니 ‘음식을 대하는 태도’에 힌트가 숨어있는 듯합니다.
대체로 첫인상 형성에 큰 영향을 주는 말이나 표정은 잠시 숨기거나 조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병철 회장의 걸음걸이나 이현주 목사의 밥 먹는 모습은 의식적으로 조절하기도 쉽지 않고, 의식을 했더라도 오래 꾸밀 수는 없습니다.
결국 우리의 내면은 행동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고, 행동은 감추기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쫓는 걸음걸이와 자기 속도로 자기의 길을 좇는 걸음걸이는 다를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험담하는 사람과 타자를 연민하는 사람의 발걸음은 다를 것입니다.
돈을 지불했으니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당당한 모습과 생명을 먹는 일이라고 조심하는 모습은 많이 다를 것입니다.
사람은 마음으로 움직이는 존재이니, 마음을 다듬지 않고서는 숨겨진 볼썽사나운 모습이 드러나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가수가 노래의 첫 소절부터 온 힘을 다하듯이 저도 하루하루, 순간순간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K People Focus 김황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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