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국가기념일 가운데 하나인 전승절(5월 9일)에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비가 내리지 않는 현상이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 우연처럼 보이지만, 이 현상 뒤에는 러시아 정부가 주도하는 체계적인 기상 조절 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러시아는 1981년 이후 주요 국가행사를 앞두고 인공강우 방식을 활용해 행사 당일의 날씨를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승절을 앞두고 비행기를 띄워 구름이 모스크바 상공에 도달하기 전 단계에서 요오드화은, 드라이아이스, 시멘트 분말 등을 살포함으로써 비를 미리 내리게 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구름 속 수분이 외곽 지역에서 먼저 소진되고, 행사가 열리는 도심 상공에는 강수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다.

전승절은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날로, 러시아에서는 국가 정체성과 군사력을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기념일 중 하나다. 이날 열리는 붉은광장 열병식과 대통령 연설은 국내외로 생중계되며, 국가의 위상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핵심 행사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날씨 변수는 행사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돼 왔다.
이 같은 기상 조절에는 매년 상당한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전승절 하루를 위해 수십억 원 규모의 비용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비가 외곽 지역에 집중된다는 점과 자연 현상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에 대한 환경적·윤리적 논란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러시아 정부는 국가적 상징성이 큰 행사의 안정적인 진행을 위해 기상 조절을 계속 활용하고 있다. 1981년 이후 전승절에 붉은광장에서 비가 거의 내리지 않은 이유는 ‘행운’이 아니라,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과 국가 차원의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