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야!’는 아이의 방어가 아니라 소통의 시작이다
“아니야!” 37개월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하루에도 열 번씩 듣는 말이다. 엄마가 “이리 와”, “손 씻자”, “이건 위험해”라고 말하는 순간 돌아오는 건 단호한 부정이다. 많은 부모가 그 한마디에 ‘버릇없다’, ‘반항기인가?’라며 걱정하지만, 사실 그 말은 아이의 정상적인 자아 발달의 신호다.
이 시기의 아이는 언어 능력과 자율성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처음으로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감각을 경험한다. ‘아니야’는 단순한 거부가 아니라, “나도 선택하고 싶어요”, “내 의견도 들어주세요”라는 자아의 출현 신호다. 그러므로 아이의 ‘아니야’를 억누르기보다,
그 안에 담긴 의사 표현의 욕구를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PCIT의 핵심 원리 —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인정하기 — 가 시작점이 된다. 예를 들어 “싫어!”라고 외치는 아이에게 “싫구나, 아직 놀고 싶구나”라고 말해주는 것. 이 짧은 문장이 아이의 정서를 진정시키고, 부모의 말을 들을 준비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37개월, 세상을 스스로 조종하고 싶은 나이
37개월은 아이가 ‘자기조절(self-control)’을 배우기 시작하는 시기다. 아직 뇌의 전전두엽(충동 조절 영역)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감정과 행동을 즉시 조절하기 어렵다. 즉, “하지 마”라는 말이 들려도, ‘하고 싶은 충동’을 스스로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이때 부모가 목소리를 높이거나 “왜 또 말을 안 들어!”라고 화를 내면 아이는 통제받는 공포를 느끼고 더 강한 ‘아니야’로 반응한다.
결국 부모는 더 큰 소리로 명령하게 되고, 아이는 더 단단히 귀를 닫는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PCIT는 부모가 권위가 아닌 연결의 방식으로 행동할 것을 제안한다. 37개월 유아는 ‘통제받지 않으면서도 안전하게 이끌어주는 관계’를 원한다. 즉, 부모가 규칙을 세우되, 아이가 그 규칙 안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그만 놀아!” 대신 “10분만 더 놀고, 이제 정리하자. 어떤 블록부터 치울까?”라고 묻는다면 아이의 ‘주도권 욕구’를 존중하면서도 부모의 요구를 수용하게 된다.
PCIT: 훈육이 아닌 ‘관계 수리’의 기술
PCIT(Parent-Child Interaction Therapy)는 1970년대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Sheila Eyberg가 개발한 치료법으로, ‘훈육’이 아니라 ‘관계의 회복’을 중심에 둔다. 핵심은 ‘부모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PCIT의 첫 단계는 관계 강화 단계(Child-Directed Interaction, CDI)다. 이 단계에서 부모는 지시나 비판을 하지 않고, 아이가 주도하는 놀이 속에서 ‘따뜻한 관심, 묘사, 칭찬’을 연습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블록을 쌓을 때 “그걸 왜 그렇게 해?” 대신 “네가 빨간 블록을 제일 위에 올렸네. 멋지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단순한 기술이 아이의 자기효능감을 강화하고, 부모의 존재를 ‘명령하는 사람’이 아닌 ‘나를 이해하는 사람’으로 재정의하게 만든다.
두 번째 단계는 한계 설정 단계(Parent-Directed Interaction, PDI)다. 이때는 부모가 명확하고 구체적인 지시를 짧은 문장으로 전달한다. 예: “장난감을 박스에 넣자.” 명령이 아니라 ‘협력 요청’의 어조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아이가 따랐다면 즉시 구체적인 칭찬으로 강화한다. “엄마 말 잘 들었네.”보다는 “네가 스스로 장난감을 정리했구나. 멋지다!”와 같은 문장이 효과적이다.
잘 듣고 따르게 만드는 부모의 언어 습관 5가지
“하지 마” 대신 “이렇게 해보자” 금지보다 제안이 행동을 이끈다. “뛰지 마!”보다 “천천히 걸어볼까?”가 더 효과적이다.
지시 대신 묘사
“그만해!”보다 “지금 네가 컵을 흔들고 있구나, 물이 쏟아지겠네”라고 말하면 아이의 판단력을 자극한다.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칭찬
“잘했어!”보다 “엄마가 말하니까 바로 멈췄네, 고마워!”처럼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아이는 자신이 어떤 행동을 인정받았는지 명확히 안다.
짧고 명확한 언어 사용
“지금 그만하고 이거 가져오고 저기도 정리해” 같은 복합 지시는 아이의 인지 발달 수준을 넘는다. 한 번에 하나의 지시만 주자.
감정 이름 붙이기
“화났구나, 놀고 싶은데 그만해야 해서 속상하지?” 이렇게 아이의 감정을 언어화해주는 부모의 말은 ‘공감’을 배우는 첫 교과서다.
‘듣는 아이’보다 ‘듣는 부모’가 먼저다.
PCIT는 결국 부모가 바뀌면 아이도 달라진다는 철학 위에 있다. ‘듣는 아이’를 키우는 가장 빠른 길은, 먼저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듣는 것이다. 37개월 아이는 여전히 미숙하고, 충동적이며, 감정의 파도 속에 있다. 그러나 그 속에는 “엄마, 나를 좀 이해해줘”라는 절박한 메시지가 숨어 있다. 그 신호를 읽을 줄 아는 부모가 되어줄 때, 아이는 ‘아니야’ 대신 ‘응’으로 대답할 준비를 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