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경찰, 동예루살렘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사업국(UNRWA) 본부 강제 진입

-UNRWA에 대한 이스라엘의 행동은 국제법 및 외교 규범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UNRWA가 마주한 '행정적 학살'의 실체.

-벼랑 끝에 선 인도주의, UNRWA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사업국(UNRWA)의 필리프 라자리니(Philippe Lazzarini) 사무총장은 최근 제네바에서 열린 포럼에서 이스라엘의 행동이 유엔의 특권과 면책특권을 명백히 위반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이스라엘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동예루살렘에 있는 UNRWA 본부에 강제로 진입하여 유엔 깃발을 이스라엘 깃발로 교체하고 자산을 압수했다고 비난했다. 또한, 지난 2년 동안 가자지구에서 380명 이상의 동료 직원이 사망하고 300개 이상의 시설이 파손 또는 파괴되었다고 밝히며, 이스라엘의 행동이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지위를 박탈하려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푸른 깃발의 의미: 무너진 성역

 

전쟁터 한복판에서도 안전을 보장받는 곳, 어떤 폭력 앞에서도 마지막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곳. 우리는 유엔(UN)이라는 이름에서 그런 희망을 떠올린다. 푸른 헬멧과 깃발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비록 서로 총을 겨누고 싸울지언정, 최소한의 인간성은 포기하지 않겠다"라는 인류의 약속이자 마지막 보루였다. 하지만, 지금, 그 약속이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필립 라자리니 UNRWA 사무총장의 떨리는 목소리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었다. 그것은 국제사회의 양심을 향한 절규이자, 벼랑 끝에 선 인도주의의 비명이었다. 동예루살렘 UNRWA 본부에서 유엔 깃발이 내려지고 이스라엘 국기가 올라가는 그 순간, 우리는 어쩌면 인류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장면 중 하나를 목격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단순한 깃발 교체가 아니었다. "이곳에 더 이상 보호받을 수 있는 성역은 없다"라는 야만의 선언이었다.

 

380명의 별, 그리고 사라진 300개의 희망

 

숫자는 차갑다. 하지만, 그 숫자 하나하나에는 뜨거운 피가 흐르고, 멈춰버린 심장이 있다. 380명. 지난 2년간 가자지구에서 목숨을 잃은 UNRWA 직원들의 숫자다. 그들은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어머니였으며, 사랑하는 딸이자 아들이었다. 포탄이 쏟아지는 현장에서 굶주린 아이에게 빵을 건네고, 다친 이의 상처를 싸매주던,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었다.

 

300개. 파괴되거나 손상된 UNRWA 시설의 숫자다. 학교, 병원, 피난처... 그곳은 절망 속에 갇힌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유일한 희망의 공간이었다. 아이들이 글을 배우며 미래를 꿈꾸고, 아픈 이들이 치료받으며 삶을 이어가던 곳이었다. 그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되었다는 것은, 300개의 건물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300개의 작은 우주가 파괴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전쟁의 부수적인 피해가 아니다. 인도주의 활동가들을 향한 명백한 공격이며, 도움의 손길마저 끊어버리려는 잔인한 의도다. "우리를 돕는 자는 누구든 안전할 수 없다"는 공포의 메시지다. 우리는 이 참혹한 숫자 앞에서 전율해야 한다.

 

법 위에 군림하는 힘, 그리고 침묵하는 정의

 

이스라엘의 행동은 단순히 UNRWA라는 기구 하나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국제법이라는 거대한 약속에 대한 도전이자, 국제사법재판소(ICJ)라는 인류의 양심에 대한 모욕이다. ICJ는 이스라엘에 UNRWA의 활동을 보장하라고 명령했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비웃듯 본부에 난입하고 자산을 압류했다.

 

법원은 판결했고, 피고는 법정을 모독했다. 하지만, 세상은 기이하리만치 침묵한다. 힘 있는 자가 법 위에 군림하고, 정의가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이 참담한 현실 앞에서 우리는 무력감을 느낀다. "규칙에 기반을 둔 질서"라는 말은 공허한 구호가 되어 흩어지고,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야만의 시대로 회귀하는 듯한 공포가 엄습한다. 심판을 경기장 밖으로 내쫓고, 규칙서를 찢어버리는 선수에게 우리는 왜 레드카드를 꺼내지 못하는가.

 

지워지려는 이름, '난민': 정체성 말살의 음모

 

이스라엘이 UNRWA를 그토록 집요하게 공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자리니 사무총장은 그 속에 숨겨진 무서운 의도를 간파했다. 바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서 '난민'이라는 지위를 박탈하려는 것이다.

 

UNRWA는 단순히 구호 물품을 나눠주는 곳이 아니다.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존재를 증명하고, 그들의 잃어버린 권리를 기억하며,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지키는 상징이다. UNRWA를 없앤다는 것은 곧 그들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겠다는 뜻이다. "너희는 난민이 아니다. 너희는 돌아갈 곳이 없다. 너희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이스라엘이 UNRWA 해체를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이것은 '행정적 학살'이다. 총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만이 학살이 아니다. 한 집단의 정체성을 말살하고, 그들의 역사를 지우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앗아가는 것 또한 명백한 학살이다. 그들은 기구를 없앰으로써 사람을 지우려 한다.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벼랑 끝에 선 연대: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라자리니 사무총장은 전 세계적인 난민 위기 속에서 국제적 연대가 약화되고 있음을 통탄했다. 정치적 약속은 휴지 조각이 되고, 자금 지원은 말라간다. 수백만 명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데, 세계는 양극화된 정치 논리에 빠져 그들의 비명을 외면한다.

 

UNRWA의 위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 오늘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겪는 고통은 내일 또 다른 누군가가, 어쩌면 우리가 겪게 될 고통일 수 있다. 국제법이 무너지고 인도주의 원칙이 훼손되는 것을 방관한다면, 그 칼날은 언젠가 우리 자신을 향하게 될 것이다. 보호막이 사라진 세상에서 안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물어야 한다. 과연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가? 힘 있는 자가 약한 자를 짓밟고, 법이 권력의 시녀가 되는 세상인가? 아니면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최소한의 인간성을 지키며, 정의가 살아있는 세상인가?

 

작성 2025.12.16 18:14 수정 2025.12.1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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