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커피가 너무 뜨거웠다’는 이유로 거액의 배상금이 지급된 사건은 오랫동안 황당한 소송 사례로 회자돼 왔다. 그러나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이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기업의 안전 책임과 소비자 보호 기준을 재정립한 상징적 판결로 평가된다.
사건은 1992년 2월 미국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발생했다. 당시 79세였던 스텔라 리벡(Stella Liebeck)은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구입한 뒤 차량 안에서 컵 뚜껑을 여는 과정에서 커피를 무릎 위에 쏟았다. 문제는 커피의 온도였다. 해당 커피는 약 82~88℃로 유지되고 있었고, 이로 인해 리벡은 허벅지와 하복부에 3도 화상을 입었다. 그는 피부 이식 수술을 포함해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했다.

리벡은 처음부터 거액의 배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치료비와 간병비 등 약 2만 달러 수준의 실비 보상을 요청했으나, 회사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고, 재판 과정에서 해당 업체가 수년간 700건이 넘는 뜨거운 커피 화상 관련 민원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음료 온도 기준을 낮추지 않았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배심원단은 기업의 과실을 인정해 징벌적 손해배상 270만 달러를 포함해 총 286만 달러의 배상 평결을 내렸다. 이후 판사는 징벌적 배상액을 대폭 감액했고, 최종적으로 양측은 약 64만 달러 수준에서 합의에 이르렀다. 이 금액이 오늘날 ‘64만 달러 배상 사건’으로 알려진 이유다.
이 사건은 한동안 미국 소송 문화를 비꼬는 대표적 사례로 소비됐지만, 법조계에서는 기업이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이를 방치했을 경우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 판례로 평가한다. 실제로 사건 이후 미국 내 외식·패스트푸드 업계는 음료 온도 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내용물이 뜨거울 수 있음’이라는 경고 문구를 보다 명확히 표기하는 등 안전 조치를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소비자의 부주의만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안전성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사회적으로 환기시킨 계기였다고 분석한다. 겉으로는 황당해 보일 수 있지만, ‘뜨거운 커피 소송’은 소비자 안전을 둘러싼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사건으로 여전히 의미를 지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