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팥죽, 붉은 색에 깃든 악귀를 막는 힘과 조상의 지혜”

“밤이 가장 긴 날, 붉은 팥죽 한 그릇에 담긴 우리 조상의 신앙과 상징”

“과학과 전통이 만난 동지의 지혜, 팥죽의 의미를 다시 보다”

동지는 24절기 중 스물두 번째 절기로,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동지를 ‘작은 설’이라 불렀다. 한 해의 기운이 바뀌는 시점으로 여겨, 이 날을 기점으로 새로운 복이 시작된다고 믿었다. 동지는 단순한 계절의 구분이 아니라, 어둠이 물러가고 다시 빛이 돌아오는 전환점으로 인식되었다. 팥죽은 바로 그 의미를 담아 악귀를 물리치고 건강과 복을 기원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 따뜻한 김이 오르는 붉은 팥죽 한 그릇, 뒤에는 창밖으로 눈이 내리는 겨울 풍경, 챗gpt]

조선 시대의 풍속서인 『동국세시기』에는 “동짓날 팥죽을 쑤어 집안 곳곳에 뿌려 잡귀를 물리쳤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붉은색은 예로부터 음기를 몰아내고 양기를 불러오는 색으로 여겨졌다. 팥죽을 먹는 행위는 단순한 음식 문화가 아니라, 자연의 순환과 인간의 삶을 조화롭게 잇는 신앙적 의례였다.


 

‘붉음’은 동양 문화에서 강한 생명력과 정화의 상징이다. 특히 동지에는 어둠과 한기가 극대화되는 날이라 믿었기에, 조상들은 붉은 팥으로 만든 죽을 통해 그 기운을 다스리고자 했다. 민속적으로는 팥의 붉은색이 질병·귀신·불운을 물리친다고 여겨, 집 안 곳곳에 팥죽을 뿌리는 풍습이 생겨났다.

 

학자들은 이러한 전통이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체득한 생활의 지혜라고 해석한다. 팥에는 실제로 단백질, 철분, 비타민B군이 풍부해 겨울철 기력 회복과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 음식이기도 하다. 조상들의 믿음은 과학적 근거와도 맞닿아 있는 셈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동지는 한 해의 고단함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경건한 날이었다. 마을마다 팥죽을 쑤어 가족과 이웃에게 나누고, ‘동지 헌기(獻忌)’라 하여 조상에게도 팥죽을 올렸다. 또한 아이들에게는 ‘동지 팥죽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며 팥죽을 떠먹이기도 했다.

 

특히 팥죽은 한 해의 액운을 막고 복을 부르는 공동체적 음식이었다. 가정마다 팥죽을 나누며 이웃의 안녕을 기원했고, 집 문지방이나 장독대에 팥죽을 조금씩 뿌려 귀신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이런 풍습은 단순한 미신을 넘어, 공동체가 함께 복을 나누는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세시풍속이 점차 사라졌지만, 최근에는 전통의 가치가 재조명되며 ‘동지팥죽 나눔 행사’나 ‘세시음식 체험 프로그램’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서울과 지방 곳곳에서는 복지기관, 문화센터, 전통시장 등이 동지에 맞춰 팥죽을 나누며 ‘이웃과 온정을 나누는 날’로 의미를 확장하고 있다. 젊은 세대 역시 팥죽을 새로운 감성으로 재해석한다. 카페에서는 팥라테나 동지 한정 팥디저트를 선보이고, SNS에서는 ‘#동지팥죽챌린지’ 같은 트렌드가 생겨났다. 팥죽은 이제 단순한 절식(節食)이 아니라,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감성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동지팥죽은 단순히 ‘겨울철 먹거리’가 아니다. 그것은 자연의 순환과 인간의 마음을 잇는 상징적 음식이며, 조상들의 지혜와 공동체의 따뜻함이 담긴 문화유산이다.


밤이 가장 긴 날, 팥죽 한 그릇을 나누는 것은 어둠 속에서도 다시 빛을 기다리는 인간의 낙관과 회복의 의지를 상징한다. 동지팥죽의 의미를 되새길 때, 우리는 비로소 사라져 가는 전통 속에서 따뜻한 인간의 온기와 삶의 철학을 다시 만난다.

 

 

 

 

 

 

작성 2025.12.21 09:19 수정 2025.12.2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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