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눈부신 햇살 아래 하얀 벽의 집들이 이어지는 풍경을 쉽게 마주하게 되는데, 이 독특한 건축 양식은 단순한 미적 선택이 아니라 오랜 세월 축적된 생활의 지혜에서 비롯된 결과다.
남유럽은 여름철 일조량이 많고 기온이 높아 건물 외벽 색이 실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흰색은 태양빛과 열을 효과적으로 반사해 실내 온도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에어컨이 없던 시절, 하얀 벽은 자연이 허락한 가장 효율적인 냉방 수단이었다는 평가다.

여기에 위생적 이유도 더해진다. 남유럽 전통 가옥의 외벽에는 석회를 물에 풀어 바르는 석회칠이 널리 사용됐는데, 이 석회는 살균과 방충 효과가 뛰어나 전염병 예방에 도움을 주었다. 과거 페스트와 콜레라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던 시기, 주민들은 주기적으로 집 외벽을 다시 칠하며 마을 전체를 청결하게 유지했고, 그 결과 흰색 외벽은 건강과 안전을 상징하는 색으로 자리 잡았다.
경제적 배경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농업과 어업 중심의 남유럽 지역에서는 값비싼 안료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석회가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었고, 흰색은 가난하지만 실용적인 표준색으로 정착됐다. 이러한 선택이 세대를 거치며 반복되면서, 흰 벽의 집들은 어느새 지역의 전통이자 정체성이 됐다.
오늘날에는 이 전통이 경관 보존 규정으로까지 이어지며, 마을 전체의 외벽 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하얀 집들이 만들어내는 통일된 풍경은 남유럽 특유의 이미지를 강화했고, 이는 관광 자산으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유럽의 하얀 집을 두고 “더위를 피하고 병을 막기 위해 선택한 생활의 기술이 시간이 흐르며 문화와 풍경으로 승화된 사례”라고 설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