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아프리카는 모순의 집약체였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증가와 자원 잠재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수단은 유례없는 기아의 늪에 빠졌고 콩고민주공화국은 광물을 둘러싼 피의 전쟁을 멈추지 못했다. 사헬 지대에서는 서구 질서가 축출되고 러시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으며, 남남 협력의 상징인 AU의 G20 정식 활동은 대륙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기자의 눈에 비친 것은 뉴스 속 수치가 아니라, 흙먼지 속에서도 아이를 품에 안고 내일을 기다리는 어머니들의 눈망울이었다. 냉철한 분석과 뜨거운 공감이 교차하는 2025년 아프리카 리포트를 통해, 우리가 외면했던 진실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1. 수단 내전 3년, '침묵의 대기근' 현실화: 정부군과 신속지원군(RSF)의 내전으로 인구의 절반인 2,500만 명이 극심한 굶주림에 처했다.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농경지가 파괴되고 구호물자가 차단되며 '21세기 최대의 기아 참사'로 기록되었다.
2. 콩고민주공화국(DRC) '엠폭스'와 광물 분쟁의 이중고: 변종 엠폭스 확산과 반군 M23의 공세로 동부 지역 주민 수백만 명이 고립되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인 코발트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강대국과 무장세력의 욕망이 민초들의 생명을 볼모로 잡았다.
3. 사헬의 결단, 프랑스군 철수와 러시아의 부상: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3국이 서방과의 안보 협력을 파기하고 러시아 '아프리카 군단'을 받아들였다. 서구식 민주주의의 실패에 실망한 군부 세력이 자국 이익 보호를 명분으로 지정학적 동맹을 전격 교체했다.
4.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민통합정부'의 살얼음판 행보: ANC(아프리카민족회의)의 단독 과반 붕괴 이후 출범한 연립정부가 극심한 경제난 속에 분열의 위기를 겪었다.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이후 31년 만에 맞이한 다당제 협치가 기득권 다툼으로 인해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5. 케냐 'Z세대'의 디지털 혁명과 증세 반대 시위: 소셜 미디어로 무장한 청년층이 정부의 가혹한 세금 인상안에 맞서 수도 나이로비를 마비시켰다. 부패한 권력과 미래가 없는 경제 구조에 분노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아프리카 정치의 새로운 주체로 등장했다.
6. 에티오피아-소말릴란드 '해양 접근권' 갈등: 내륙국 에티오피아가 소말릴란드 항구 사용권을 얻는 대신 주권을 승인하려 하며 동아프리카 전역에 긴장이 고조되었다. 홍해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영토 주권과 경제적 생존권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7. 나이지리아 '나이라화' 폭락과 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 아프리카 최대 경제 대국 나이지리아의 화폐 가치가 휴지 조각이 되며 대규모 약탈과 시위가 이어졌다. 이유: 급격한 경제 개혁과 고질적인 부패가 서민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8. 기후 위기의 역습, 남부 아프리카의 대가뭄: 엘니뇨 현상으로 잠비아, 짐바브웨 등지가 100년 만의 가뭄을 겪으며 전력 부족과 식량 위기에 직면했다. 탄소 배출 책임이 가장 적은 아프리카가 기후 재앙의 가장 가혹한 대가를 치르는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9. 이집트의 경제 위기와 수에즈 운하의 비명: 홍해 위기로 수에즈 운하 통행료 수입이 급감하며 이집트가 심각한 외화 부족과 부채 위기에 빠졌다. 중동 분쟁의 여파가 아프리카 북단의 경제 엔진을 멈춰 세우며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이 과정을 보여주었다.
10. AU(아프리카연합) G20 정식 가입 후 첫 목소리: AU가 G20 정상회의에서 국제 금융 시스템 개혁과 아프리카 부채 탕감을 강력히 요구했다. '장식'으로서의 참여가 아닌, 세계 질서의 당당한 주주로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역사적 전환점이다.
낡은 사슬을 끊어내는 진통 2025년 아프리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주권의 재정립'이다. 사헬 지대 국가들이 수십 년간 이어온 프랑스 등 서방과의 군사 협력을 종료한 것은, 더 이상 서구의 가치관이나 안보 논리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었다. 이들은 테러 세력 격퇴를 명분으로 러시아를 새로운 파트너로 선택했지만, 이는 또 다른 외세 의존이라는 비판과 함께 아프리카가 신냉전의 거대한 격전지가 되는 결과를 낳았다. 한편, 에티오피아의 해양 접근권 확보 시도는 내륙국의 생존 본능이 지역 안보 지형을 어떻게 흔드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숫자가 지워버린 인간의 존엄 수단 하르툼의 거리에는 이제 사람 대신 굶주린 개들이 배회한다. 2025년 한 해 동안 수단에서 발생한 실향민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고마에서는 아이들이 코발트 광산에서 일하며 엠폭스의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이 비극의 주연은 탐욕스러운 군부와 무장세력이지만, 조연은 저렴한 전기차와 스마트폰에 열광하는 우리 모두일지도 모른다. 나이지리아에서는 한 달 월급으로 쌀 한 포대를 사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며, 중산층조차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삶의 붕괴가 진행 중이다.
나이로비와 프리토리아의 함성 기자가 지난 6월 케냐 나이로비의 광장에서 만난 한 청년은 "우리는 더 이상 기성세대의 부패를 세금으로 메우지 않을 것"이라며 스마트폰을 흔들었다. 2025년의 청년들은 이전 세대와 다르다. 그들은 디지털로 연결되어 있고, 전 세계의 권리 담론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의 유권자들 역시 "만델라의 이름만으로는 더 이상 표를 줄 수 없다"라며 ANC의 독주를 막아 세웠다. 2025년은 아프리카 시민들이 '정치적 성역'은 존재하지 않음을 실력으로 입증한 해였다.
고통을 딛고 피어나는 내일의 가능성 2025년 아프리카의 뉴스는 비극적이다. 하지만 그 비극의 토양 아래에서 변화의 싹은 이미 돋아나고 있다. AU가 G20에서 세계 경제의 불합리함을 꾸짖고, 청년들이 부패한 권력에 맞서 거리를 점령하는 모습은 아프리카가 더 이상 원조의 대상이 아닌, 변화의 주체임을 선언하는 것이다. 기후 위기와 전쟁, 질병이라는 삼중고 속에서도 아프리카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젊고 역동적인 대륙이다. 우리가 저들의 신음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동정심 때문이 아니라, 저곳이 바로 인류의 시작이자 곧 다가올 미래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