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은 올해 가장 긴 겨울을 보냈다. 우크라이나의 포성은 4년째 그칠 줄 몰랐고, 파리와 베를린의 거리에는 극우주의라는 낯선 이름의 열풍이 불어닥쳤다. 경제적 엔진이었던 독일은 멈춰 섰으며, 지중해는 여전히 난민들의 거대한 무덤이 되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붕괴의 틈새에서 인류는 다시금 '신앙'과 '윤리'의 자리를 묻기 시작했다.
1. 우크라이나 전쟁 4년, '동결된 전선'과 서구의 피로감: 전선은 교착되었고, 서방의 지원 축소 속에 우크라이나는 영토 일부를 실효 지배당하는 상태로 정전에 근접했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급격히 냉각된 지원 여론과 유럽 내부의 경제난이 '강요된 평화'를 압박했다.
2. 프랑스 마리 르펜 정부의 탄생과 EU의 대혼란: 조기 총선과 대통령 사임을 거쳐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이 정권을 잡으며 프랑스 중심의 EU 질서가 뒤흔들렸다. 이민자 문제와 고물가에 분노한 민심이 '프랑스 우선주의'를 선택하며 유럽 통합의 근간이 흔들렸다.
3. '유럽의 병자'로 전락한 독일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독일 경제가 2년 연속 역성장하며 유럽 전체의 경기 침체를 견인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중국 시장 위축, 그리고 자동차 산업의 디지털 전환 실패가 맞물린 구조적 위기다.
4. 교황 레오 14세의 '디지털 금식' 선포와 바티칸 개혁: 첫 미국인 교황 레오 14세가 AI 시대의 영적 위기를 경고하며 전 세계 가톨릭에 '기술 윤리'를 강조했다.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현실에서 종교적 본질을 회복하려는 파격적인 영적 행보다.
5. EU 'AI Act' 본격 시행, 세계 첫 인공지능 통제권 행사: 유럽 연합이 전 세계 최초로 강력한 AI 규제법을 시행하며 빅테크 기업들과 정면 충돌했다. 인간의 존엄성과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유럽 특유의 '가치 중심' 규제가 기술 패권에 제동을 걸었다.
6. 영국-EU '신협력 조약' 체결, 포스트 브렉시트의 화해: 스타머 정부의 영국이 EU와 경제 및 안보 분야에서 대폭적인 협력을 강화하는 새로운 조약을 맺었다. 브렉시트 이후 가중된 경제적 고립을 탈피하고 러시아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실용적 선택이다.
7. 지중해 '해상 장벽' 강화와 난민 인권 논란: 이탈리아와 그리스가 강력한 해상 차단 정책을 도입하며 난민 유입이 급감했으나 사망 사고는 늘었다. 우경화된 유럽 정부들이 안보를 명분으로 인도적 가치를 희생시키며 내부 갈등이 극에 달했다.
8. 유럽 원자력 르네상스, '그린 에너지' 정의의 재편: 프랑스를 주축으로 유럽 내 다수 국가가 소형모듈원전(SMR) 건설을 공식화하며 원전 회귀를 선언했다. 러시아 에너지 의존 탈피와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현실적인 타협안으로 원자력이 재부상했다.
9. 루브르 박물관 '나폴레옹 왕관' 도난 사건의 미스터리: 세계 최대 박물관 루브르에서 나폴레옹의 유물이 감쪽같이 사라져 프랑스 문화계가 충격에 빠졌다. 첨단 보안 시스템을 뚫은 지능형 범죄로, 유럽의 문화적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
10. 동유럽의 기후 대재앙, 다뉴브강 대홍수: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폭우로 다뉴브강이 범람해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지가 초토화되었다. 기후 위기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님을 보여주는 뼈아픈 경고로, 유럽의 인프라 대응 한계를 드러냈다.
무너진 평화의 환상 2025년 유럽을 관통한 가장 큰 동력은 '피로'와 '공포'였다. 2차 대전 이후 유지되어 온 '하나의 유럽'이라는 거대한 실험은, 러시아의 물리적 위협과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특히 프랑스에서 극우 정권이 탄생한 배경에는, 엘리트 중심의 EU 정치가 서민들의 삶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여기에 독일의 산업적 몰락은 유럽을 지탱하던 경제적 보루를 무너뜨렸고, 각국은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숫자가 지워버린 인간의 자리 뉴스 이면에는 절규하는 인간들이 있다. 우크라이나 돈바스의 참호에서 드론을 바라보며 기도를 읊조리는 20살 청년, 베를린의 공장이 폐쇄되어 거리에 나앉은 숙련공들, 그리고 지중해의 차가운 물 속에서 사라져간 이름 없는 아이들. 2025년 유럽은 찬란한 문화유산과 첨단 기술을 자랑했지만, 정작 그 안의 인간을 지키는 데는 실패하고 있었다. 교황 레오 14세가 "우리는 알고리즘의 노예인가, 하나님의 자녀인가"라고 물은 것은 바로 이 차가운 수치의 시대에 던진 영혼의 일갈이었다.
안개 낀 거리에서 만난 진실 지난 10월, 나폴레옹의 왕관이 도난당한 직후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만난 한 예술가는 이렇게 말했다. "도둑맞은 것은 보석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자부심이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믿고 지켜야 하는가." 또한 홍수로 물에 잠긴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기자가 마주한 노부부는 타버린 가재도구를 보며 "대지가 우리에게 복수하고 있다"고 속삭였다. 2025년 유럽의 곳곳에서 들려온 것은 화려한 정책의 수사가 아니라, 근본적인 실존의 위협 앞에 선 인간의 가냘픈 신음이었다.
무너진 성벽 위에서 묻는 길 2025년 유럽의 뉴스는 우울하다. 그러나 선교사이자 기자로서 내가 본 유럽은 여전히 '길'을 찾고 있는 대륙이다. 기술의 폭주를 막기 위해 법을 만들고, 원전이라는 현실적 대안을 고민하며, 다시금 종교적 가치를 환기하는 모습은 유럽이 가진 최후의 지성적 저항이다. 유럽의 성벽은 무너지고 있지만, 그 무너진 틈새로 우리는 다시 '인간'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잃어버린 '영원'은 어디에 있는지 묻게 된다. 2025년은 유럽이 자신들의 찬란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가장 낮고 겸손한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야 함을 알려준 해로 기록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