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2월, 광주 북구에 특별한 서점이 문을 연다. 이름은 ‘광주포도책방’. 이미 목포와 강화도에 자리 잡은 포도책방 시리즈의 세 번째 공간이다. 독립서점과 문화공간, 전시와 커뮤니티 기능이 어우러진 이 서점은 단순한 책 판매 공간을 넘어 책을 매개로 사람과 도시가 연결되는 새로운 실험의 무대가 되고 있다.
광주포도책방의 개관을 앞두고, 필자는 이 공간에서 책쓰기 여행 프로그램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여행업과 콘텐츠 기획을 오랜 시간 병행해온 필자는“책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여행은 나를 벗어나게 한다”며 “두 경험을 하나로 묶는 여행형 책쓰기 프로그램이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과 여행, 삶을 기록하게 하는 두 개의 열쇠로 10년 넘게 전국의 대학과 공공기관에서 강의와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수많은 교육과 강연 중에서도 가장 강하게 남았던 건 “나를 쓰고 싶다”는 사람들의 욕구였다. “사람들은 글을 잘 쓰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진짜 하고 싶은 건 ‘나를 말하고 싶다’는 것이죠.”
그 욕구를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그는 소규모 프리미엄 책쓰기 여행을 기획하고 있다. 단순한 글쓰기 워크숍이 아니라, 특정 장소에서 머물며 자신만의 서사를 발견하고, 그것을 책 한 권으로 엮어내는 일정이다. 그 출발점으로 광주포도책방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이곳이 ‘사람 중심의 큐레이션’을 실현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포도책방, 도사관과는 다른 ‘사람의 서재’포도책방은 344개의 책장이 점주의 손에 맡겨진다. 책을 고르고, 정리하고, 책장 하나를 하나의 이야기처럼 구성한다. 어떤 이는 여성학 책만을 전시하고, 어떤 이는 자신이 이별할 때 읽은 책만을 진열한다. 그 책을 샀든 안 샀든, 누군가는 그 책장을 들여다보며 타인의 감정과 시간에 다가가게 된다.
“그게 바로 도서관과 다른 지점입니다. 도서관은 책이 주인공이지만, 포도책방은 사람이 주인공입니다. 내 책장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겐 질문이 되죠.”
마크강은 책을 정리하는 그 행위 자체가 이미 ‘자기 서사의 쓰기’라고 말한다. 책을 고르는 건 곧 삶의 단면을 꺼내어 보여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가 기획 중인 여행형 책쓰기 또한 같은 원리를 따른다. 책을 고르고, 정리하고, 쓰는 모든 과정은 결국 자기 자신을 ‘읽고’, ‘표현하는’ 일이다.
관광도 콘텐츠가 필요하다 광주가 책을 품는 이유와 포도책방은 지역 관광 자원으로도 기능한다. 실제로 목포포도책방의 경우 입점 점주의 절반 이상이 서울, 경기, 대구, 강원 등지에서 왔다. 자신이 구성한 책장을 보기 위해 일부러 목포를 방문하는 독자도 있었다. 이는 책장이 목적지가 되는 새로운 문화 관광의 흐름을 보여준다.
광주포도책방 역시 같은 가능성을 안고 있다. 전시월, 루프탑, 다목적홀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설계된 구조는 단순한 책방을 넘어 도심 속 여행지로 작동한다. 마크강은 “책을 보기 위해 광주로 오는 사람, 책을 쓰기 위해 머무는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가 이제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광주를 첫 번째 책쓰기 여행지로 삼은 이유에 대해 “광주는 예술과 민주주의, 그리고 공동체의 도시”라며, “포도책방이 추구하는 사람 중심의 철학과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다시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책’은 단순한 인쇄물이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내면이 닿아 있는 작은 문장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다가갈 수 있는 징검다리다. 그는 “책은 결국 사람”이라고 말한다. 읽고 쓰는 것만이 아니라, 고르고 나누는 행위 자체에 이야기가 깃들기 때문이다.
광주포도책방에서 시작될 ‘책쓰기 여행’은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는 책과 사람, 공간을 연결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제안이며, 동시에 우리 시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느림과 발견의 시간이다.
책을 읽고, 고르고, 쓰는 일이 다시 사람을 만나게 하는 일이라면, 광주포도책방은 그 모든 과정이 펼쳐지는 무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무대 위에서 마크강은 또 하나의 새로운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책방 열면 돈이 되나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한 질문이다. 그러나 마크강은 다른 관점에서 답한다. “사람이 오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함께 온다”고.
책방은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다. 그 안에서 대화가 오가고, 기억이 쌓이며, 관계가 생긴다. 수익구조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이 먼저 모이면, 돈은 뒤따라오게 되어 있다. 마음을 움직이는 공간만이 지속 가능성을 가진다는 사실은, 오래된 골목마다 남은 작은 책방들이 증명하고 있다.
광주포도책방이 들어서는 공간도 본래는 쇠락한 유흥가였다. 수십 년간 방치된 유휴 모텔을 용도 변경하고, 리모델링하는 데에만 꼬박 1년이 걸렸다. 단순히 외관만 바꾼 것이 아니라, 도시의 결을 바꾸는 작업이었다. 진짜 도시재생은 그 안에 어떤 이야기를 담느냐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 프로젝트는 보여주고 있다.
점주 신청은 구글 폼(https://forms.gle/o2wpePGA7kZLW6fg7)을 통해 받고 있으며, 책을 사랑하고 독립서점에 대한 꿈을 가진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독립 출판인, 작가, 서점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는 자신의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이상적인 플랫폼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사람이 모이는 공간, 마음이 머무는 공간에서 비로소 ‘다시’가 시작된다. 광주포도책방은 그 첫 문을 여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