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don is Everywhere." (헤돈은 어디에나 있다)
당신이 무심코 지나친 거리의 벽, 화려한 조명이 감싸는 갤러리의 캔버스, 혹은 당신의 스마트폰 속 디지털 세상까지. 그곳에는 언제나 '헤돈(Hedon)'이 있다.
<The Imaginary Pocus>가 만난 이번 [창간특집기획연재]의 두 번째 주인공은 [서브컬처(Subculture)'를 사랑한 아티스트] Hedon139이다. 그는 거리의 언어인 그래피티(Graffiti)와 대중적인 팝아트(Pop Art)를 결합하여 자신만의 '로맨틱 펑크(Romantic Punk)' 장르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단순한 시각적 유희를 넘어, 하위문화의 저항 정신과 사랑의 이면을 탐구하는 그의 예술 세계를 깊이 들여다보았다.

취향의 해방구, 서브컬처(Subculture)란 무엇인가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서브컬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사전적 의미로 서브컬처는 사회의 지배적 문화(Main Culture)에 대비되는 하위문화를 뜻한다. 과거에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 몰두하는 이들을 '오타쿠'라 칭하며 비주류로 치부했으나,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서브컬처는 자신의 확고한 취향을 드러내는 주류 트렌드로 부상했다.
Hedon139에게 서브컬처란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모두가 똑같아지기를 강요하는 세상에서 남들과 같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 그리고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바라보게 하는 창(窓)이다. 그는 주류의 문법을 따르기보다, 자신이 사랑하는 비주류적 감성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나만의 취향을 찾는 즐거움"을 전파한다.
결핍이 만들어낸 세계: 가면라이더와 힙합
Hedon139가 이 세계에 발을 들인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결핍'에서 시작되었다. 학창 시절, 예기치 못한 손목 수술로 미술 입시를 중단해야 했던 소년은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집에서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때 TV 애니메이션 채널 '챔프'에서 방영되던 <가면라이더>는 그에게 유일한 친구이자 도피처였다.
"학교가 끝나면 <가면라이더> 재방송을 봤어요. 성인이 된 후에는 OTT를 통해 애니메이션을 접했죠. 자연스럽게 서브컬처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고, 제가 '좋아하는 것(서브컬처)'과 '잘하는 것(예술)'을 결합해보자는 결심이 섰습니다."
비슷한 시기, 힙합 뮤직비디오에 스쳐 지나간 그래피티의 강렬한 잔상은 그를 또 다른 세계로 이끌었다. 억눌린 열정을 분출하는 거리의 예술은 고독했던 소년에게 새로운 언어가 되었다.
그래피티(Graffiti): 저항에서 예술로
Hedon139의 주된 표현 수단은 '스프레이 락카'다. 그래피티는 본래 '긁다, 긁어서 새기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graffito'에서 유래했다. 1960년대 뉴욕 브롱크스 슬럼가에서 시작된 이 문화는 초기에는 반항과 저항의 상징인 낙서로 여겨졌으나,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나 뱅크시(Banksy) 같은 아티스트들을 통해 현대 미술의 중요한 장르로 인정받게 되었다.
Hedon139에게 스프레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그는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가 서브컬처를 대변하는 의식"이라고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고소공포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높은 벽화 작업을 할 때면 다리가 떨려오지만, 그는 기어이 사다리에 오르고 크레인을 탄다.
"고소공포증 때문에 작업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실내 작업보다는 자연광을 받았을 때 내 그림이 훨씬 예쁘게 보이거든요. 그 낭만이 두려움을 이기게 하죠."
질감의 미학: 젤스톤과 로맨틱 펑크
그의 작업은 캔버스 위에서도 거리의 거친 질감을 고수한다. 이를 위해 그는 '젤스톤'이라는 건축용 재료를 캔버스에 바른다. 마치 시멘트 반죽을 바르듯 팔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고된 노동이지만, 그는 이 과정을 통해 거리의 벽면이 가진 생동감을 화폭에 가득 채운다.
최근에는 스프레이가 가진 색감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아크릴 물감을 직접 조색하여 혼합하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붓 터치의 섬세한 질감과 스프레이의 거친 분사 입자가 공존하는 화면은 그가 추구하는 '로맨틱 펑크'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사랑의 달콤함을 상징하는 팝아트적 색채(로맨틱)와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그래피티의 태도(펑크)가 결합된 그의 작품은 "사랑은 아름답지만 때론 파괴적"이라는 양면성을 담고 있다.


Hedon139의 예술적 이정표: 인생작 3선
수많은 '분신'과도 같은 작품들 속에서, Hedon139가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을 가장 선명하게 투영했다고 꼽은 세 점의 인생작이 있다. 이 작품들은 그가 작가로서 성장해온 치열한 궤적을 보여준다.
▪️‘Kitch Hevils: DECORA’ 이 작품은 Hedon139의 시그니처 기법인 '젤스톤' 텍스처링이 처음으로 본격화된 작품이다. 이전까지 정립되지 않았던 그의 캐릭터 '헤빌(Hevil)'의 그림체가 비로소 완성된 시점이기도 하다. 거친 벽의 질감 위로 피어난 키치(Kitsch)한 감성은 그가 추구하는 네오 팝아트의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했다.
▪️‘천사 타락 작전: 우리가 너를 원하는 이유는’ 작가에게 '성장통'을 안겨준 작품이다. 스프레이에 익숙했던 그가 처음으로 아크릴 물감과 붓질에 도전하며 겪은 어려움과 극복의 과정이 담겨 있다. "낑낑대며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그의 회고처럼, 이 작품은 재료의 한계를 넘어 예술적 표현의 확장을 이뤄낸 의미 깊은 결과물이다.
▪️‘Romantic Punk’ 그의 전시 타이틀이기도 한 이 작품은 "이 모든 게 나다"라는 자아 통합의 선언과도 같다. 캐릭터 중심의 작업을 이어오며 "글자(Lettering)를 그리지 않는데 내가 과연 그래피티 작가인가?"라는 정체성의 고민에 빠졌던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다시금 레터링을 화면으로 불러들였다. 사랑의 모순을 다루는 '로맨틱'과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펑크'가 결합된 이 작품은 모순적인 감정을 껴안은 작가 자신을 대변한다.
광장으로 나온 아티스트 - 연결과 확장
"성인이 되기 전엔 그림이란 그저 외롭고 혼자 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배우고 성장하려면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는 것을요."
방 안에서 홀로 가면라이더를 보던 소년은 이제 광장으로 나왔다. 그는 최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GIE 2024' 오프닝 무대에서 '언리미티드 크루'와 함께 라이브 페인팅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의 'MISS BONK KOREA' 파티에서 대중과 호흡했다. 오프라인 갤러리뿐만 아니라 NFT 프로젝트 'Hevils princess'를 통해 디지털 자산 시장까지 진출하며,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확장을 보여주고 있다.
AI가 그림을 그리는 시대, 그는 여전히 인간의 상상력을 믿는다.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해내는 작가야말로 진정한 기술자"라고 역설하는 그는, 한국을 넘어 세계라는 더 넓은 벽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를 꿈꾼다.
마지막으로, 아직 자신만의 취향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이들에게 Hedon139는 이렇게 전했다.
"사랑하세요. 상처받아 보시고, 울어도 보시고, 화도 내보시고, 너무 행복해서 웃어도 보세요. 그 모든 경험이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결국 당신이라는 사람을 완성할 것입니다."
과장 없이 솔직하게, 하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자신의 낭만을 그려나가는 아티스트 Hedon139. 그의 '로맨틱 펑크'가 당신의 마음 벽면에도 선명한 그래피티로 남기를 바란다.
[아티스트 소개: Hedon139]
학창 시절 손목 수술로 미대 입시를 중단했으나, 애니메이션 '가면라이더'와 힙합 문화를 통해 영감을 얻어 서브컬처와 예술을 결합한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그래피티의 거친 스프레이와 젤스톤의 질감, 팝아트의 색감을 섞어 사랑의 이면을 다루는 '로맨틱 펑크(Romantic Punk)'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 언리미티드 크루(Unlimited Crew) 소속으로 2024 GIE 킨텍스 오프닝 퍼포먼스, KBW 라이브 페인팅 등 대형 무대에서 활약했으며, 제4회 IKAP 2위를 수상했다. "Hedon is Everywhere(헤돈은 어디에나 있다)"라는 슬로건 아래, 캔버스와 거리는 물론 NFT 등 디지털 세상을 넘나들며 인간 고유의 상상력과 낭만을 전파하고 있다.
[The Pocus Archive: 아티스트 아카이브 – OO을 사랑한 아티스트]
AI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결국 인간의 마음과 상상의 힘에 있다. 본지 The Imaginary Pocus는 창간을 맞이하여 기술이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온기와 진정성을 지켜가는 예술가들을 조명하는 연재 시리즈 [OO을 사랑한 아티스트]를 선보인다. 본지의 [아티스트 아카이브]는 앞으로도 자신만의 가치를 사랑하며 인간 중심 저널리즘을 실현하는 예술가들을 엄선하여 기록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