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려진 김건희 씨에 대한 판결은 법정 밖에서 더 큰 심판을 받고 있다. 판결문 속에는 여러 사자성어가 나열되었고, 판사는 마치 윤리 교단에 선 선생처럼 도덕을 설파했다. 그러나 정작 국민이 기다렸던 것은 수사학이 아니라 정의였고, 교훈이 아니라 판단이었다.
문제는 판결의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다. 동일한 사안, 유사한 행위로 기소된 다른 관련자들은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정작 핵심 인물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되었다.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적 원칙은 이 지점에서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설명되지 않는 무죄는 설득력이 아니라 의혹만을 남긴다.
이번 판결은 사법부의 무능함을 드러낸 것인지, 아니면 판사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개입된 결과인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어느 쪽이든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깊은 상처를 입었다. 사법의 중립성은 선언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판결의 일관성과 공정성으로 증명되는 것이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고위층의 부정과 부패가 반복해서 무죄로 귀결될 때, 법은 보호막이 아니라 특권의 도구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는 한 개인의 판결을 넘어, 국민의 가슴에 멍을 남기는 행위다.
사법부는 윤리를 설교하는 곳이 아니라, 정의를 실현하는 최후의 보루다. 화려한 문장보다 무거운 책임이, 웅변보다 침묵 속의 공정함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번 판결이 남긴 질문에 사법부는 반드시 답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법정은 더 이상 정의의 공간이 아니라, 국민적 불신이 쌓이는 장소로 전락할 것이다.
논설위원 주경선
본사 발행인 겸 편집장
목사, 사회복지사, 심리상담사,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