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회는 지금 종교의 탈을 쓴 권력 개입이라는 심각한 문제 앞에 서 있다. 신천지, 통일교, 만민중앙교회 등 일부 종교단체들이 기독교라는 이름 아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정치와 선거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지만, 그것이 면책 특권이 될 수는 없다. 종교가 정치 권력과 결합하는 순간, 자유는 위협이 되고 신앙은 도구로 전락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발의된 것이 최혁진 의원의 「민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비영리법인, 특히 종교법인이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하거나 공직선거법 등 정치 관련 법을 어길 경우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종교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사회적 폐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당 개정안은 통일교, 신천지 등 특정 종교단체의 정치권 로비 및 조직적 개입 의혹을 계기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법안의 적용 대상은 특정 종교가 아니라, 모든 비영리법인이다. 정치 활동이 금지된 지위를 악용해 선거에 개입하거나 특정 정당과 결탁하는 행위는, 그것이 교회이든 시민단체이든 명백한 위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치 세력은 이 법안을 “종교 탄압”이라 규정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문제는 그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과거 해당 종교단체들로부터 정치적·조직적 도움을 받아왔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법안 반대는 종교의 자유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기득권 보호, 더 나아가 자기 방어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교분리 원칙은 종교를 억압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종교를 권력으로부터 보호하고, 정치를 신앙의 도구화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다. 이 원칙을 어긴 종교단체가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 평등이다. 법 앞에서 종교만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특정 종교단체의 영향력이나 정치권의 편의가 아니다. 보호받아야 할 것은 민주주의의 질서이며, 건강한 종교 생태계다. 진정한 종교는 권력에 기대지 않으며, 신앙은 선거 전략이 될 수 없다.
최혁진 의원의 민법 개정안은 완벽한 법안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종교와 정치의 위험한 결합을 제어하려는 문제의식만큼은 분명하다. 이를 무조건적인 반대로 몰아붙이는 세력에게 국민은 묻고 있다. “이 법안을 반대하는 이유는 종교의 자유 때문인가, 아니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함인가?”
종교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만행과 정치 개입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국회와 사법부, 그리고 사회 전체가 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해야 할 때다. 침묵과 방관은 중립이 아니라 공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