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에 접어들면서 말수가 줄어드는 현상은 흔히 ‘성격이 변했다’거나 ‘그저 나이가 들어서’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말수가 줄어드는 것은 단순한 성격 변화가 아니라 뇌 기능의 저하를 알리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의사소통은 기억력, 판단력, 언어능력 등 여러 인지 기능이 복합적으로 작동할 때 가능한 행위다. 따라서 평소 활발하던 사람이 대화에 흥미를 잃거나 말을 자주 멈추는 모습이 잦아졌다면, 이는 언어처리 영역의 기능 약화 혹은 단기기억 저하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초기에는 단어 선택이 어려워지고 문장을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길어지는 특징이 나타난다. 이런 변화를 단순히 ‘무뚝뚝해졌다’고 넘기면 조기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대화의 양이 줄면 뇌의 활동도 둔화된다” — 신경학적으로 본 언어와 기억의 연결 고리
대화는 단순한 소통이 아니라 뇌의 운동이자 훈련이다. 말을 하기 위해서는 기억된 단어를 떠올리고, 문장을 구성하고, 상대의 반응을 해석하는 등 복잡한 인지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뇌의 언어중추(브로카 영역, 베르니케 영역)는 물론,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도 동시에 작동한다.
하지만 대화가 줄면 이러한 뇌의 활성도가 낮아지면서 신경세포 간 연결이 약화된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신경과 연구팀은 대화 빈도가 낮은 노인일수록 언어 및 기억 영역의 뇌혈류가 감소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결국 말이 줄어든다는 것은 단순한 사회적 변화가 아니라, 뇌의 활동 저하를 의미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말수가 줄면 가족이 먼저 눈치챈다” — 주변이 알아차리는 조기 징후의 중요성
치매는 대부분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본인은 변화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대신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먼저 눈치채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평소 자주 하던 이야기나 농담을 하지 않는다거나, 질문에 대답하기 전 잠시 멈춘다거나, 말 도중 단어를 자주 잊는 모습이 관찰된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말수 감소는 기억력, 집중력, 이해력 저하와 연관되어 있으며, 특히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변화다.
전문가들은 가족이 이러한 변화를 발견했을 때 “나이 때문이겠지”라고 단정 짓지 말고, 조기검사와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만 66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인지기능검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조기 발견이 기억을 지킨다” — 말수 감소로 알아보는 치매 예방의 첫걸음
조기 진단은 치료보다 더 큰 예방 효과를 가진다.
치매 초기에는 약물치료보다 언어 자극과 사회적 교류가 뇌 기능 회복에 큰 도움을 준다. 말하기 훈련, 일기 쓰기, 음악 감상, 그룹 대화 프로그램 등은 언어 능력을 유지하고, 뇌의 신경회로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규칙적인 대화 습관은 기억력 저하를 늦추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하루 30분 이상 가족이나 친구와 대화를 나눈 사람은 치매 발병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40% 이상 낮았다.
즉, 대화는 약보다 강력한 뇌 운동이다. 말수가 줄었다면 ‘그냥 조용해졌다’고 생각하기보다,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조용해지는 것은 노화의 자연스러운 일부일 수 있지만, 언어 기능의 급격한 변화는 인지 저하의 첫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대화를 나누는 행위는 단순한 사교 활동을 넘어, 뇌의 신경회로를 유지하고 기억을 활성화시키는 ‘두뇌 운동’이다.
따라서 가족과의 대화, 책 읽기, 글쓰기, 토론 등 일상 속 언어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치매 예방의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말이 줄면 기억도 줄어든다”는 문장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우리의 뇌를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 지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