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예고 없이 찾아온 비보
"어제까지만 해도 웃으며 통화했는데..." 장례식장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이 말은 심근경색의 잔인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 이해찬의 사례는 단순한 유명인의 부고가 아니다. 그것은 평소 왕성하게 활동하며 스스로 '건강하다'고 믿었던 모든 현대인을 향한 심장의 비명이다.
그를 쓰러뜨린 것은 암처럼 서서히 몸을 갉아먹는 질병이 아니었다. 찰나의 순간, 심장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막히며 벌어진 '내부 폭발'이었다. 우리는 흔히 죽음이 멀리 있다고 믿지만, 관상동맥이 폐쇄되는 순간 생사의 경계는 단 1mm의 혈전으로 결정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가슴 속에서도 그 시한폭탄의 초침은 돌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소리 없는 살인마, 관상동맥 폐쇄의 본질
심장은 1분에 약 60~100번, 평생을 쉬지 않고 뛰는 펌프다. 이 펌프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전용 라인이 바로 관상동맥이다. 심근경색은 이 라인이 '완전히' 차단되는 상태를 말한다.
많은 이들이 협심증과 심근경색을 혼동한다. 협심증이 길이 좁아져 정체가 발생하는 '교통 체증'이라면, 심근경색은 다리가 완전히 끊겨버린 '붕괴 사고'다. 피가 통하지 않는 순간부터 심장 근육은 썩기 시작한다(괴사). 한 번 죽은 심장 세포는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살아남더라도, 평생 숨이 차서 걷기조차 힘든 심부전의 굴레에 갇히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신이 느끼는 미세한 가슴의 답답함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심장이 보내는 마지막 구조 신호(SOS)일 가능성이 크다.
통계와 사례가 말하는 '무증상'의 공포
의학계 보고에 따르면, 심근경색 환자의 약 20~30%는 전형적인 가슴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특히 고령층이나 당뇨 환자들은 신경 손상으로 인해 통증 센서가 무뎌져 있다. 이들은 "체한 것 같다", "어깨가 결린다", "치통이 심하다"며 내과나 치과를 전전하다 응급실 타이밍을 놓친다.
사회적 통계는 더욱 냉혹하다. 대한민국 돌연사 원인 1위. 병원 도착 전 사망률 50%. 이것이 심근경색의 현주소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심근경색은 예방하는 병이 아니라, 대처하는 병이다." 평소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다고 안심할 수 있는가?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수면은 혈관 벽에 쌓인 죽상반(지방 찌꺼기)을 언제든 터뜨릴 수 있는 기폭제다. 이해찬의 사례에서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관리되지 않은 '스트레스와 과로'가 어떻게 혈관을 파괴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경고다.
60분의 기적,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심근경색 치료의 핵심은 '시간'이다. 증상 발현 후 1시간 이내에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스텐트 시술이 이뤄지면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데이터 1: 자차를 이용해 병원을 찾는 환자의 사망률은 119 이용객보다 3배 이상 높다.
데이터 2: 증상을 '체기'로 오인해 소화제를 먹으며 버티는 시간이 평균 2시간 이상이다.
이 두 데이터가 결합하는 순간 생존율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심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혈류가 차단된 지 30분이면 심장 근육의 손상이 시작되고, 6시간이 지나면 괴사가 완료된다. 논리는 명확하다. 의심되면 뛰어라. 아니, 119를 불러라. 당신의 판단보다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더 정확하다.
심장의 마지막 경고를 무시하지 마라
심근경색은 정직하다. 당신이 혈관을 방치한 만큼, 스트레스를 쌓아둔 만큼 보복한다. 하지만 동시에 기회를 주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식은땀, 턱과 왼쪽 팔로 번지는 기분 나쁜 통증, 명치를 짓누르는 압박감. 이 신호들을 '설마'라는 단어로 덮어버리지 마라.
당장 오늘부터 당신의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외워라. 그리고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보라. "나는 정말 내 심장의 소리를 듣고 있는가?" 이해찬의 비극이 당신의 이야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심장은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뛰고 있다. 그 노력에 응답하는 것은 오직 당신의 빠른 결단뿐이다.
이진주 박사의 한마디
"심근경색 앞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는 '좀 쉬면 낫겠지'라는 근거 없는 낙관입니다. 가슴이 답답하면서 동시에 식은땀이 난다면, 그것은 몸이 당신에게 보내는 마지막 유언일지 모릅니다. 소화제 대신 119를 찾으세요. 당신의 심장은 두 번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