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일상을 파고드는 대전환의 시대, 경기도 고양시에서 시민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지적(知的) 네트워크의 물결이 시작됐다. 지난 2월 11일 저녁, 소노캄 고양 이스트타워 다이아몬드홀은 2026년 대한민국의 미래를 미리 읽고 대비하려는 200여 명의 시민과 기업인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고양시를 기반으로 한 지역 네트워크 커뮤니티 '고양 스테이업(Goyang Stay Up)'은 이날 첫 번째 공식 행사인 ‘인사이트 시리즈 ①’를 개최하고, 베스트셀러 『트렌드 코리아 2026』의 공저자 한다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을 초청해 특강을 진행했다.
2026년의 화두 ‘HORSE POWER’... 켄타우로스형 인재가 살아남는다
강연에 나선 한다혜 박사는 2026년 병오년(丙午年) 말띠 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호스 파워(HORSE POWER)'를 제시했다. 한 박사는 "말은 가장 빠르면서도 인간과 깊이 교감하는 동물"이라며, "AI 시대의 경쟁력은 단순히 빠른 기술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 위에서 깊이 사유하고 현명한 질문을 던지는 인간 고유의 역량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그리스 신화 속 반인반마(半人半馬)인 '켄타우로스'에 비유했다. AI라는 압도적인 '하체'와 인간의 지혜라는 '상체'가 결합할 때 비로소 새로운 차원의 가치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수용을 넘어, 인간이 AI와 변증법적으로 합일해야 함을 시사한다.

‘휴먼인더루프’부터 ‘필코노미’까지... 소비 트렌드의 지각변동
이날 강연에서는 AI 시대의 구체적인 생존 전략과 소비 트렌드도 상세히 다뤄졌다.
가장 주목받은 개념은 ‘휴먼인더루프(Human-In-The-Loop)’였다. 한 박사는 "AI가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인간이 적어도 한 번은 개입해 윤리적 판단과 창조적 감성을 부여해야 한다"며, 이것이 인간이 기계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마지막 약속이자 필수적인 협업 철학임을 역설했다.
또한, 기분이 곧 돈이 되는 경제, ‘필코노미(Feelconomy)’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소비자가 자신의 기분을 관리하고 전환하기 위해 지갑을 여는 현상을 짚으며, 기업들이 이제는 제품의 기능을 넘어 소비자의 감정을 '더 행복하고 차분하게' 만드는 능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밖에도 소비자가 검색하기 전에 AI가 먼저 제안하는 ‘제로클릭(Zero-Click)’ 사회의 도래와 이에 따른 선택권의 문제, 유연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조직 문화를 혁신하는 ‘AX조직’ 등 급변하는 사회상을 날카롭게 분석해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사람이 연결되는 도시"... 고양시의 새로운 실험
이번 행사를 주최한 '고양 스테이업'은 단순한 강연 주최를 넘어, 지역 사회의 '연결'에 방점을 찍었다. "사람이 머무는 도시를 넘어, 사람이 연결되는 도시로"라는 비전 아래 모인 이들은, 강연 후 기업인, 교육자, 청년 등 다양한 직군의 참석자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네트워킹 시간을 가졌다.
이는 현대 사회의 고립과 불안 속에서 개인이 고안해낸 실용적인 전략적 연합인 '1.5가구'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필요할 때 유연하게 연결되는 '선택적 연대'가 지역 사회 단위로 확장된 셈이다.
고양 스테이업 관계자는 "임원진과 회원들의 헌신적인 준비 덕분에 200명이 넘는 시민이 모여 지혜를 나누는 뜻깊은 출발을 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교육, 문화, 비즈니스를 아우르는 인사이트 시리즈를 지속해 고양시를 진정한 의미의 '연결 도시'로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급변하는 AI 기술의 파도 속에서 '근본(Fundamental)'을 찾고, 함께 학습하며 미래를 대비하려는 고양시민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지역 사회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지적 생태계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