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든 일에는 시작보다는 마무리가 중요하다고 늘 가르쳐 왔다. 지도 현장에서도 대학교육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작이 기대와 가능성을 만든다면, 끝은 함께했던 시간의 의미를 정리하고 서로의 수고를 확인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3년간 함께했던 OO에서의 마무리는 아쉬움을 남겼다. 자리를 떠나는 강사에게 “수고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짧은 인사 한마디, 문자 한 통, 전화 한 통조차 없었다는 사실을 접하면서다. 거창한 예우를 바란 것은 아니다. 다만 함께한 시간에 대한 최소한의 인정과 예의가 결여된 듯한 장면은, 당사자에게 적지 않은 허전함을 남긴다.
무심코 전해 들은 소식이었지만 마음 한켠이 꺼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내가 과민한가’ 스스로 되묻기도 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괴감이 올라왔다. 실력이 있어도 관계가 아니면 여기까지인가 하는 생각이 뒤따랐고, 관계가 아닌 실력으로 평가받는 환경이 아직은 멀기만 한 것 같다는 씁쓸함도 남았다. 다만 이러한 감정은 특정 개인을 향한 비난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 경험은 조직문화와 교육현장에 던지는 질문에 가깝다. 교육 현장은 무엇보다 ‘사람’을 다루는 공간이다. 제도와 절차가 아무리 명확해도 마지막 순간의 태도는 결국 그 조직의 품격을 보여준다. 한마디의 인사, 짧은 연락은 형식이 아니라 관계의 기본이며, 함께했던 시간에 대한 존중을 확인하는 최소한의 언어다. 또한 이 사건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타인에게 서운함을 말하기 전에, 나 역시 누군가를 떠나보내며 충분한 배웅을 했는지, 바쁨을 이유로 마무리를 소홀히 한 적은 없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마무리의 예의”는 타인에게 요구하기 이전에 내가 먼저 실천해야 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결국 남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더 단단해지겠다는 다짐이다. 평가와 인정의 방식이 때로는 공정하지 않게 느껴지더라도, 스스로의 전문성과 역량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은 누구도 대신해주지 못한다. 다른 하나는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만큼은 누군가의 마지막이 허전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이다. 떠나는 이의 수고를 기억하고, 짧은 인사라도 건네는 문화는 거창한 제도보다 강한 조직을 만든다. 마무리는 끝이 아니라 다음을 위한 정리이며, 사람을 대하는 방식의 최종 표현이다. 교육 현장과 조직이 ‘성과’만큼이나 ‘관계’의 품격을 함께 세워갈 때, 떠나는 이도 남는 이도 서로를 존중하는 건강한 문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사진 - 이형주교수 제공, 생성형 AI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