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할 때마다 마음이 먼저 긴장하는 이유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새 학기,
신규 배치,
새로운 팀,
새로운 역할.
겉으로는 ‘출발’이지만 마음은 종종 ‘경계’ 상태에 들어간다.
많은 사람들은 이 감정을 자신감 부족이나 준비 부족으로 해석하지만,
긍정 심리학은 전혀 다른 설명을 제시한다.
새로운 시작 앞에서의 불안은 문제가 아니라 정상적인 적응 반응이다.
인간의 뇌는 예측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익숙한 환경에서는 다음 상황을 쉽게 예상할 수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는 예측이 불가능해진다.
이때 뇌는 안전을 위해 ‘경계 모드’를 먼저 켠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위협 탐지 시스템(threat detection)이라고 부른다.
즉, 새로운 시작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약해서가 아니라,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불안을 우리는 종종 실패의 신호로 오해한다는 점이다.
“왜 이렇게 긴장하지?”,
“왜 설레지 않지?”,
“나는 준비가 부족한 걸까?”
이런 질문은 불안을 더 크게 만든다.
그러나 긍정 심리학에서 불안은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적응을 준비하는 에너지로 본다.
새로운 환경을 탐색하고, 위험을 최소화하며,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과정이다.

실제로 새로운 환경에 들어갈 때 느끼는 긴장은 우리를 더 세심하게 만든다.
사람의 표정을 더 많이 읽고,
상황을 더 신중하게 판단하며,
실수를 줄이기 위해 집중하게 된다.
불안은 적응을 방해하는 감정이 아니라, 적응을 돕는 감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작이 설레야 한다고 믿는다.
새 출발은 기대와 자신감으로 가득해야 한다는 이미지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의 마음은 종종 설렘보다 경계에 가깝다.
새로운 환경은 가능성이지만 동시에 불확실성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음은 언제나 가능성보다 불확실성을 먼저 인식한다.
긍정 심리학은 행복을 불안이 없는 상태로 정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의 웰빙은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새로운 시작 앞에서 불안을 느낀다는 것은
마음이 지금 상황을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다.
무감각이 아니라 관여하고 있다는 신호다.
새로운 시작이 불안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잘못된 출발이 아니라 정상적인 출발이다.
불안을 없애려 애쓰기보다,
이 감정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편이 더 도움이 된다.
불안은 멈추라는 신호가 아니라, 천천히 살펴보라는 신호에 가깝다.
시작이 설레지 않는다고 해서 잘못된 길에 서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은 새로운 환경 앞에서 먼저 안전을 확인하려 한다.
그 확인이 끝나면, 적응은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시작된다.
이번 주, 더 잘 버티기보다 ‘지금 내 상태는 어떤가?’를 한 번만 묻는 시간을 가져보자.
[필자 소개]

신정희 칼럼니스트
해피마인드 대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고 싶었어요 저자
SNS상에서는 ‘해피제이’로 활동
마음 건강과 관계 회복을 주제로
글과 강연을 이어가는 정서교육 전문가이자 작가다.
개인의 문제로 환원되기 쉬운 고립과 감정 소진을
사회·구조적 관점에서 분석하며,
감정의 언어를 일상과 정책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청년·중년·노년을 아우르는 생애주기별 정서 회복 프로그램과
강연을 통해 지역사회, 공공기관, 교육 현장에서
마음 건강의 예방적 접근을 확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