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차세대 방위산업 경쟁력을 스타트업에서 찾겠다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기존 대기업·제조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민간 첨단기술을 앞세운 혁신기업을 방산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방위사업청은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 후속 조치로 ‘방산 스타트업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은 창업진흥원, 대중소기업상생협력재단,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등 6개 기관이 공동 협력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는 2030년까지 방산 분야에 참여하는 스타트업 100개사와 방산 참여 벤처천억기업 30개사를 육성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글로벌 첨단 무기체계 시장에서 경쟁 가능한 기술 기반 기업군을 체계적으로 키우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자율무기체계, 데이터 분석 플랫폼 등 민간 기술을 빠르게 군사 영역에 적용하는 혁신 기업들이 방위산업의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평균 업력 10년 안팎의 기업들이 벤처투자를 기반으로 실리콘밸리식 속도전 모델을 구현하며 자율비행 드론, AI 전술 소프트웨어 등 군사 응용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국내에서도 드론, 합성데이터, AI 기반 분석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이 민수와 군수 시장을 동시에 겨냥하며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복잡한 절차, 낮은 정보 접근성, 보안 인프라 부담 등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방산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장벽으로 지적돼왔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첫째, 방산 진입 문턱을 낮춘다. ‘방산 스타트업 챌린지’를 통해 육해공군 및 체계기업과 협업 기회를 제공하고, 개발 제품에 대해 군 실증과 피드백을 연계한다. 드론, 로봇, AI 등 첨단 분야에서는 기업이 무기체계 개념을 제안하는 공모형 획득제도도 도입한다.
둘째, 데이터와 인프라 접근성을 높인다. AI 기반 기술개발을 위해 군 수요 데이터 제공 체계를 강화하고, 국방 AX 거점을 통해 과제 발굴과 사업화를 연결한다. K스타트업 종합포털에는 국방 기술기획서, 인프라 정보, 지원사업 정보를 통합 제공해 정보 비대칭을 완화한다. 보안 인프라 지원도 확대한다.
셋째, 창업 저변을 확대한다. 방산 특화 창업중심대학을 새로 운영해 대학·연구기관의 딥테크 원천기술과 국방 도메인 전문성을 결합한다. 청년창업사관학교와 방산전문 교육기관 간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해 전문 인력 양성 기반을 강화한다.
성장 단계 지원도 체계화한다. 초기 개발 단계부터 군과 체계기업이 함께 참여해 기술검증, 연구개발, 양산까지 이어지는 패키지 지원 구조를 마련한다. 방산 연구기관 보유 기술의 이전과 사업화도 확대한다.
또한 창조경제혁신센터 1곳을 가칭 K방산 스타트업 허브로 지정해 오프라인 거점 기능을 부여한다.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방산 제조 중소기업 간 인수합병 지원, 넥스트유니콘 프로젝트 펀드를 통한 투자유치, 글로벌 방산기업 수요와 연계한 수출 지원도 병행한다.
지역 연계 전략도 포함됐다. 조선, 반도체, AI 등 특화 산업과 연계한 방산혁신클러스터를 확대하고, 함정 유지보수 분야 등 한미 협력 수요가 높은 영역에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 지역 대학과 연계한 전문 인력 양성 체계도 구축한다.
상생협력 문화 확산 역시 핵심 축이다. 체계종합업체를 대상으로 상생수준 평가를 실시하고 우수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성과공유계약 체결 기업에는 방산 지원사업 참여 우대를 부여한다.
아울러 첨단 기술기업을 ‘방산혁신전문기업’으로 지정해 무기체계 개발 참여 기회를 넓히고, 국산 부품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무기체계 적용을 확대한다. 추가 검증이 필요한 기술은 정부가 관급 방식으로 적용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범정부 컨트롤타워인 방산발전추진단을 통해 과제 이행을 점검하며 정책 추진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방산이 국가안보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견인해온 산업이라며, 이제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방산 유니콘 기업을 육성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철 방사청장 역시 스타트업의 혁신 아이디어와 기존 생태계의 결합이 방산 4대 강국 도약의 핵심 동력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안은 방산을 제조 중심 산업에서 기술 중심 산업으로 전환하려는 구조적 전략이다. 스타트업의 민간 첨단기술을 국방 수요와 결합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대기업 편중 구조를 완화해 산업 생태계의 다양성과 회복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위산업의 경쟁력은 더 이상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속도와 기술, 그리고 혁신 생태계의 밀도가 미래 판도를 좌우한다. 정부의 이번 정책은 스타트업을 중심에 둔 방산 생태계 재편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