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엘리베이터의 등장: 계단 오르기에서 역방향 탐구로의 전환
전통적인 교육은 1층부터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올라가는 고단한 과정이었다. 기초 지식을 암기하고 원리를 이해한 뒤에야 비로소 응용이라는 단계에 닿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교실의 풍경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이른바 '지식 엘리베이터'라는 비유처럼, 학생들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완성된 결과물이라는 높은 층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복잡한 데이터 시각화나 1차적인 문제 해결이 단 몇 초 만에 이루어지면서, 교육의 초점은 완성된 답을 수용하는 것에서 점차 이동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라는 호기심을 품고 과정을 되짚어 내려오는 '역방향 탐구'가 새로운 학습의 형태로 주목받는 이유다.

경이의 교육학: 단순 도구를 넘어선 지적 탐구의 동반자로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세계 학계의 여러 논의에서도 엿볼 수 있다. 게이오대학교 이토 코헤이 총장은 세계지식포럼을 통해 인공지능이 학생들을 원하는 지식의 단계로 이끌어주며, 결과물을 마주한 뒤 역으로 토론하는 방식이 미래 교육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세계경영대학발전협의회(AACSB) 역시 보고서에서 '경이의 교육학(Pedagogy of Wonder)'이라는 개념을 강조한 바 있다. 인공지능을 단순한 문제 풀이 기계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지적 경이로움을 선사하고 깊이 있는 질문을 유도하는 협업 파트너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영국 로열 홀로웨이 대학교가 인공지능을 발판으로 학생들의 혁신적 탐구를 유도하는 사례는 기술이 인간 중심의 문제 해결 과정에 어떻게 긍정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질문으로 바뀌는 교실: 공교육 현장에 부는 맞춤형 혁신의 물결
국내 교육 현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교실에 안착시키려는 시도가 구체화되고 있다. 대전교육청은 인공지능 교수학습 플랫폼과 연계해 디지털 도구 여섯 종의 구독 서비스에 약 3억 원을 투입하며 맞춤형 수업의 기반을 다지는 중이다. 특히 '질문하는 학교' 프로젝트를 2025년 3개교에서 2026년 10개교로 확대하고, 학교당 1700만 원을 지원해 교사 연구회를 활성화하며 학생 주도적인 질문 문화를 안착시키려 하고 있다. 고등교육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0개 대학을 선정해 교당 3억 원을 지원하며 신입생 대상 인공지능 기본교육과정 개발에 착수했다. 비공학계열 학생들까지 인공지능 기본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교사는 반복 업무의 부담을 덜고,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창의적 수업 설계에 점차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창의성의 분업화: 인간다운 교육을 향한 미래 정책의 나침반
결국 다가올 교육의 핵심 과제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조화로운 역할 분담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에 달려 있다. 인지과학자 마가렛 보든이 분류한 창의성의 세 가지 층위는 좋은 나침반이 된다. 기존의 아이디어를 결합하는 '조합적 창의성'이나 개념의 공간을 탐험하는 '탐색적 창의성'은 인공지능을 통해 압도적으로 가속화될 수 있다. 반면, 기존의 규칙 자체를 바꾸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는 '변혁적 창의성'은 여전히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다. 앞으로의 교육 정책은 학생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조합과 탐색을 충분히 경험하게 하되, 궁극적으로는 변혁적 사고를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교사는 지식 전달자를 넘어 철학적 질문의 촉진자로 나아가야 한다. 정상에서 내려오며 품게 되는 호기심과 질문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변혁적 창의성을 기르는 의미 있는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미래 교육을 이해하기 위한 3가지 핵심 용어]
마가렛 보든의 창의성 세 가지 층위
인지과학자 마가렛 보든은 인간의 창의성을 기존 아이디어를 새롭게 결합하는 '조합적 창의성', 주어진 개념의 공간 안에서 미지의 영역을 발굴하는 '탐색적 창의성', 그리고 기존의 규칙 자체를 완전히 뒤엎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 '변혁적 창의성'으로 구분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은 앞선 '조합'과 '탐색'의 과정을 압도적으로 가속화할 수 있지만, 판을 흔들고 새로운 규칙을 세우는 '변혁적 창의성'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으로 남는다.
경이의 교육학 (Pedagogy of Wonder)
세계경영대학발전협의회(AACSB) 보고서에서 강조된 개념으로, 인공지능을 단순한 수동적 도구나 위협으로 여기는 대신 창의적 탐구의 동반자이자 협업 파트너로 바라보는 새로운 교육적 시각이다. 학생들이 인공지능이 도출한 결과물에 '경이로움(Wonder)'을 느끼고, 이를 바탕으로 정답이 없는 불확실성을 기꺼이 수용하며 더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도록 유도하는 학습 태도를 뜻한다.
지식 엘리베이터와 역방향 탐구
게이오대학교 이토 코헤이 총장이 제시한 개념이다. 전통적인 교육이 기초 지식부터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올라가는 방식이었다면, 지식 엘리베이터는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단숨에 최상층인 '완성된 결과물'에 직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역방향 탐구'는 이렇게 정상에 먼저 도달한 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라는 호기심을 가지고 도출 과정을 거꾸로 되짚어 내려오며 비판적으로 논의하고 토론하는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학습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