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두근거림이 가시지 않은 음력 정월, 한국의 가정에서는 한 해의 액운을 쫓고 풍요를 기원하며 부럼을 깨고 오곡밥을 지어 먹는다. 그런데 바로 이날, 중국 전역은 완전히 다른 풍경으로 펼쳐지는데, '정월대보름'이라는 같은 날이지만, 중국인들에게 음력 1월 15일은 '원소절(元宵节)'이라는, 좀 더 화려하고 감성적인 명절로 지켜진다.
춘절(春节), 즉 설날 연휴의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는 이 날, 중국인들은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낼까?
원소절의 주인공은 단연 음식이다. 한국에 오곡밥이 있다면, 중국에는 '탕위안(汤圆)'이 있다. 찹쌀가루를 반죽해 동그랗게 빚은 후, 달콤한 깨로 만든 소, 팥으로 만든 소, 혹은 땅콩과 호두 등을 넣어 만든 이 음식은 끓는 물에 넣어 둥실둥실 떠오를 때까지 익혀서 먹게된다.

그 모습이 꼭 둥근 보름달을 닮았다 하여, 중국인들은 탕위안을 먹으며 '가족이 모여 원만함을 이룬다'는 뜻의 '단단위안위안(团团圆圆)'을 기원한다. 바쁜 일상 속에 흩어져 살던 가족들도 이 날 만큼은 한자리에 모여 따뜻한 탕위안 한 그릇을 나누며 진한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남방과 북방의 차이인데,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의 남방식 '탕위안(汤圆)'은 반죽으로 소를 감싸 빚는 '만두' 방식이라면, 북방식 '위안샤오(元宵)'는 단단하게 굳힌 소를 찹쌀가루 위에 굴려 크게 만드는 '떡' 방식이다. 모양은 같아도 만드는 과정이 달라 지역마다 다른 식문화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원소절의 백미는 해가 진 뒤에 시작되는데, 이날은 '등절(灯节)'이라고도 불릴 만큼, 온 거리가 형형색색의 등불로 물들기 때문이다. 이른바 등 축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거대한 용 모양의 등불부터 정교한 손등까지, 거리는 살아있는 박물관이 되고, 사람들은 가족, 연인과 함께 거리로 나와 등불을 감상하며 봄밤의 정취를 만끽한다. 여기에 더해 등불에 붙은 수수께끼를 풀어보는 '차이덩미(猜灯谜)' 놀이는 지혜를 겨루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게 된다.

화려한 불빛 아래에서는 신나는 민속 공연도 펼쳐진다. 역동적인 용춤과 사자춤, 높은 나무다리를 타고 추는 '차이가오차오(踩高跷)' 등 다채로운 볼거리는 명절의 흥을 한껏 돋우는데, 이는 단순한 구경거리를 넘어, 한 해의 액운을 물리치고 복을 부르는 기원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의 정월대보름이 달맞이, 더위팔기, 쥐불놀이 등 액운을 쫓고 풍요를 기원하는 '소망'의 성격이 강하다면, 중국의 원소절은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고 화려한 등불 아래서 즐기는 '축제'의 성격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것이 약간의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겨울의 끝자락,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앞두고 맞이하는 원소절. 둥근 탕위안처럼 원만한 한 해를, 밝은 등불처럼 환한 미래를 기원하는 중국인들의 마음이 이 명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다음에 원소절 즈음 중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따뜻한 탕위안 한 그릇과 함께 거리의 화려한 등불 축제 속으로 뛰어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의 보름달과는 또 다른, 중국의 보름달 아래 펼쳐지는 특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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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