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 한마디가 관계를 바꾼다
현대 사회에서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개인의 인격과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그러나 인터넷 문화와 빠르게 확산되는 유행어 속에서 거친 표현과 비속어가 일상화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어린이 동화 『내가 하는 말이 왜 나빠?』(이현주 글, 최지영 그림, 리틀씨앤톡)는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책이지만, 언어 습관과 관계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메시지는 어른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책은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다룬 짧은 이야기 형식을 취하지만, ‘말의 힘’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통해 우리 사회의 언어 문화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초등학생 마루가 있다. 마루는 형이 인터넷 방송에서 배운 거친 말을 사용하는 모습을 접하며 자연스럽게 그 표현들을 듣게 된다. 학교에서는 친구 동호가 마루의 작은 키를 놀리며 “땅꼬마”, “찌질이” 같은 말을 던진다.
마루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상하지만 처음에는 참고 넘어간다. 그러나 어느 순간 억눌린 감정이 폭발하면서 마루 역시 친구에게 거친 말을 내뱉는다. 놀랍게도 그 순간 마루는 묘한 힘을 느낀다. 상대를 당황하게 만드는 말이 마치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 준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현실에서도 자주 목격되는 심리다.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가 또 다른 공격으로 이어지는 ‘언어의 악순환’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어린이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마루는 점점 형에게 들은 말들을 친구들에게 사용하기 시작한다. 별명을 붙여 놀리고, 친구를 비웃는 말도 쉽게 내뱉는다. 처음에는 화가 날 때만 하던 말이 이제는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이 과정은 책이 전달하는 핵심 메시지와 연결된다. 언어 습관은 단순한 말버릇이 아니라 사람의 태도와 관계를 결정하는 요소라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어린 시절 형성된 습관이 평생 이어진다는 의미다. 저자는 바로 이 지점을 강조한다. 어린 시절 언어 습관이 자리 잡는 시기이며, 그때 형성된 표현 방식은 어른이 되어서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이 메시지가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 독자에게도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직장, 온라인 커뮤니티, 일상 대화 속에서도 무심코 사용하는 말이 관계를 악화시키거나 갈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전환점은 마루가 친구 소미에게 거친 말을 던지는 장면에서 찾아온다. 소미는 항상 마루를 도와주고 챙겨 주던 친구다. 그러나 마루는 습관처럼 나온 말로 소미에게 상처를 준다.
항상 밝던 소미가 눈물을 터뜨리는 장면은 짧지만 강렬하다. 마루는 당황하고 미안함을 느끼지만 쉽게 사과하지 못한다.
이 장면은 인간관계의 중요한 진실을 보여준다. 우리는 낯선 사람보다 가까운 사람에게 더 쉽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관계가 가까울수록 말의 영향력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어린이 동화 속 이야기지만, 이 장면은 가족과 친구, 동료 관계를 돌아보게 만드는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
『내가 하는 말이 왜 나빠?』는 초등학생을 위한 교육 동화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세대와 관계없이 적용될 수 있다.
책은 단순히 “욕을 하지 말자”는 교훈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상처받은 말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가
거친 언어가 왜 쉽게 습관이 되는가
한마디 말이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 질문들은 현대 사회의 언어 문화를 돌아보게 만든다.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의 언어 사용, 댓글 문화, SNS 소통 방식 등을 생각해 보면 이 책의 메시지는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책의 마지막 장 제목은 “말은 곧 내 얼굴이야”다. 이 문장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문장이다.
사람은 말투와 표현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태도를 드러낸다. 결국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곧 우리의 모습이 된다.
이 동화는 거창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바르고 고운 말을 사용하려는 작은 노력에서 변화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내가 하는 말이 왜 나빠?』는 분량이 많지 않은 동화지만, 독자가 얻을 수 있는 생각거리는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부모나 교육자, 혹은 언어 문화에 관심 있는 성인 독자에게 의미 있는 읽을거리가 될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언어 습관의 중요성을 알려 주는 이야기이며, 어른에게는 우리가 사용하는 말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말은 한번 입 밖으로 나오면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이 책은 그 단순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