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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접근이다: 자폐 아동 갈등을 키우는 잘못된 훈육 방식

“왜 저 아이는 계속 부딪히는가”

왜 갈등은 반복되는가

왜 ‘집에서 연습’은 위험할 수 있는가

[놀이심리발달신문]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접근이다: 자폐 아동 갈등을 키우는 잘못된 훈육 방식 홍수진 기자  

“왜 저 아이는 계속 부딪히는가”

 

“집에서 연습시키면 괜찮아질까요?” 6세의 한 여자아이. 틱 증상이 있고, 긴장도가 높으며, 감각적으로 예민하다. 그리고 자기만의 세계에 깊이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시간이 지나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문제는 더욱 선명해진다. 특히 남자아이들과의 갈등이 반복된다. 부딪힘, 오해, 감정 폭발. 상황은 점점 복잡해진다.

 

이때 어머니는 말한다. “집에서 상황을 연습시키면 좋아질 것 같아요.” 이 말은 익숙하다. 많은 부모가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풀려고 한다. 갈등 상황을 미리 설정하고, 올바른 반응을 반복적으로 가르치는 것. 일종의 ‘사회성 훈련’이다. 겉으로 보면 매우 합리적이다. 실제로 일부 상황에서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질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정말 이 접근이 이 아이에게 맞는 방식일까. 우리는 종종 ‘문제 행동’을 수정하면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자폐스펙트럼 아동의 경우, 행동은 결과일 뿐 원인이 아니다. 표면을 다듬는 훈련은 오히려 더 깊은 갈등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연습된 반응’이 아니라 ‘이해받는 경험’일지도 모른다.

 


왜 갈등은 반복되는가

 

자폐스펙트럼 아동의 갈등은 단순한 사회성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신경발달적 특성이 자리 잡고 있다. 감각 처리의 차이, 예측 불가능성에 대한 불안, 타인의 의도를 해석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이 사례의 아이처럼 틱 증상과 높은 긴장도를 함께 보이는 경우, 환경 변화나 사회적 압박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래 관계는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의 연속이다. 장난처럼 던진 말, 갑작스러운 신체 접촉, 규칙 없는 놀이 방식. 이런 요소들은 이 아이에게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남자아이들의 놀이 방식은 상대적으로 거칠고 즉흥적이다. 이는 자폐스펙트럼 아동에게 가장 어려운 유형의 상호작용이다. 

 

결과적으로 갈등은 반복되고, 아이는 점점 더 방어적으로 변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해결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연습’이라는 선택을 한다. 상황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고, 정답을 가르치려는 시도다. 하지만 이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 현실의 관계는 연습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아이는 연습된 문장을 떠올리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감정과 감각이 먼저 반응한다. 결국 실패 경험이 쌓이고, 자기 효능감은 더 낮아진다.

 


훈련 vs 이해, 무엇이 우선인가

 

전문가들은 자폐스펙트럼 아동의 사회적 어려움을 단순한 ‘기술 부족’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신경 다양성’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행동치료 접근에서는 반복 학습을 통해 적절한 반응을 강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본다. 실제로 구조화된 환경에서는 일정한 효과를 보인다. 그러나 이 방식은 아이의 내적 경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반면 발달적 접근에서는 아이의 감각 상태, 정서 조절, 관계 경험을 중심에 둔다. 갈등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보다 “지금 아이가 어떤 상태인가”다. 이 사례에서 핵심은 틱 증상과 긴장이다. 이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신경계의 과부하 신호일 수 있다. 이 상태에서 사회적 반응을 ‘연습’시키는 것은, 마치 숨이 가쁜 사람에게 발음을 교정하는 것과 같다.

 

또 하나의 중요한 관점은 ‘집착’이다. 많은 경우 부모는 이를 줄여야 할 문제로 본다. 하지만 집착은 아이에게 안정감을 제공하는 구조일 수 있다. 이를 무조건 수정하려 하면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킨다. 결국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어떻게 고칠까?”가 아니라 “이 아이는 무엇을 견디고 있는가?”

 


왜 ‘집에서 연습’은 위험할 수 있는가

 

집에서의 연습이 항상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것이 ‘핵심 해결책’이 될 때다. 첫째, 연습은 상황을 단순화한다. 현실의 관계는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연습된 반응은 실제 상황에서 쉽게 무너진다. 이때 아이는 혼란과 좌절을 동시에 경험한다. 둘째, 연습은 감정을 배제한다. 자폐스펙트럼 아동에게 갈등은 인지 문제가 아니라 감각·정서 문제다. 긴장 상태에서의 행동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조절의 대상이다.

 

셋째, 연습은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만든다. “연습했는데 왜 못했지?”라는 메시지는 아이에게 자기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자존감 저하로 연결된다. 넷째, 관계의 본질을 놓친다. 관계는 기술이 아니라 경험이다. 안전하게 받아들여지는 경험이 쌓여야 사회적 행동도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따라서 접근은 달라져야 한다. 연습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환경 조정이다. 갈등이 자주 발생하는 상황을 줄이고, 예측 가능한 구조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감각적 과부하를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재 방식’이다. 갈등이 발생했을 때, 누가 옳은지를 따지기보다 아이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이후 상황을 재구성하며 이해를 돕는 것이 효과적이다.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이 사례의 핵심은 아이가 아니다. 접근 방식이다. 우리는 종종 아이를 ‘사회에 맞추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러나 자폐스펙트럼 아동에게 필요한 것은 ‘맞춤’이 아니라 ‘조율’이다. 환경과 관계가 아이에게 맞게 조정될 때, 아이는 비로소 자신의 방식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다.

 

갈등을 없애려는 시도는 때로 아이를 더 고립시킨다. 하지만 갈등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아이를 연결시킨다. 어머니의 질문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방향이 조금 달랐을 뿐이다. “집에서 연습시켜도 될까요?”라는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이 아이가 안전하게 관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나는 무엇을 바꿔야 할까.” 그 질문이 시작되는 순간, 교육은 통제에서 이해로 이동한다.

작성 2026.03.31 20:28 수정 2026.03.31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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