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체의 철학에서 사자의 삶을 영화 엘리시움을 통해 풀어내는 김태흥 대표의 강연 모습
고대의 사유가 현대의 영상과 만나는 순간, 철학은 더 이상 과거에 머물지 않았다. 2026년 4월 15일 저녁,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본능대학 제104회 강연은 시간의 간극을 가로지르며 인간 존재를 다시 묻는 자리로 마무리됐다.
이날 강연은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어 상영된 영화 ‘엘리시움’은 철학적 사유를 시각적으로 확장하는 장치로 작동했다. 글과 영상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흐름 속에서 관객은 단순한 이해를 넘어 사유의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

강연의 핵심은 니체가 제시한 ‘초인’ 개념이었다. 김태흥 대표는 이를 단순한 이상적 인간상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으로 설명했다. 인간은 먼저 짐을 짊어진 낙타처럼 기존 가치와 질서를 받아들이는 단계에 머문다. 이후 사자처럼 그것을 부정하고 저항하는 단계로 나아가며, 마지막에는 어린이처럼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존재로 거듭난다는 설명이다. 이 세 단계는 단절이 아닌 연속된 여정으로 제시됐다.
이 개념은 영화 ‘엘리시움’의 서사와 맞물리며 더욱 또렷한 윤곽을 드러냈다. 억압된 현실에 순응하던 인물이 저항을 선택하고, 결국 새로운 질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니체가 말한 정신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강연은 이러한 장면들을 따라가며 철학이 현실을 해석하는 도구로 작동하는 방식을 짚어냈다.
한편 ‘짜라투스트라’라는 이름 자체도 이날 강연의 중요한 축으로 다뤄졌다. 짜라투스트라는 고대 페르시아에서 활동한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선과 악, 선택과 책임이라는 이분법적 세계관을 제시한 그의 사상은 이후 서양 철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니체는 이러한 인물을 빌려 기존 도덕을 전복하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는 상징적 화자로 활용했다.
강연에서는 최근 국제 정세 속에서 언급되는 이란, 즉 고대 페르시아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도 간략히 언급됐다. 이를 통해 고대 사유가 단절된 유물이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지는 흐름 속에 놓여 있음을 강조했다. 고대의 종교적 사상과 현대의 철학, 그리고 미래를 그린 영화가 한 자리에서 연결되며 시간의 층위가 겹쳐졌다.
김태흥 대표는 이러한 철학적 흐름을 무대 위에서도 이어온 인물이다. 그는 극단 본능을 통해 니체와 쇼펜하우어의 사유를 바탕으로 한 연극 ‘사는게 억울하니’를 선보이며 인간 존재의 고통과 의미를 공연으로 풀어냈다. 강연과 연극을 넘나드는 그의 작업은 철학을 머리로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몸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날 강연이 104회를 맞았다는 사실은 이러한 사유의 축적을 보여준다. 반복된 시간 속에서 철학은 점점 더 정제되고, 동시에 더 많은 사람에게 열려왔다. 매월 셋째 주 수요일 저녁 같은 공간에서 이어지는 이 강연은 하나의 리듬처럼 자리 잡으며 사유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철학 강연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즉각적인 답보다 오래 남는 질문을 원한다.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보다,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수록 철학은 다시 호출된다. 영화와 결합된 강연 형식은 이러한 질문을 보다 쉽게 체감하게 만드는 통로가 된다.
이날 강연이 끝난 뒤에도 공간에는 여운이 남았다. 명확한 결론 대신 각자의 질문을 안고 돌아가는 발걸음 속에서, 철학은 여전히 진행 중인 과정으로 남아 있었다.
이번 강연은 니체의 초인 개념을 낙타, 사자, 어린이의 단계로 풀어내고, 영화 ‘엘리시움’을 통해 이를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고대 조로아스터 사상에서 현대 사회 문제까지 연결하며 사유의 폭을 확장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철학은 시대를 넘어 반복되며 새롭게 해석된다. 본능대학의 강연은 그 흐름을 현재로 끌어오는 시도다. 고대의 사유와 현대의 서사가 만나는 지점에서, 인간은 다시 스스로를 질문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