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무기수출 제한 정책을 대폭 완화하며 글로벌 방산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그동안 구조·수송·감시 등 비살상 장비 중심으로 제한됐던 해외 이전 범위를 넓혀, 전투기와 미사일, 함정 등 살상 능력을 갖춘 무기체계까지 수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한 것이다. 일본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정책 수정이 아니라 안보 전략과 산업 전략을 동시에 바꾸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배경에는 급변한 국제 정세가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국은 자국 방위산업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기 시작했다. 공급망 불안과 군수물자 부족, 장기전 대비 필요성이 현실화되면서 방산 생산 기반을 확보하는 일이 국가 경쟁력의 일부가 됐다. 일본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방위력 강화와 함께 방산 산업의 수익성 제고, 생산 능력 확충, 수출 기반 마련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본의 변화가 한국 방산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하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무대는 동남아시아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주요 국가는 해양 안보와 영공 방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일본은 지리적 특성과 전략 환경상 해상 및 공중 방어 체계에 강점을 갖고 있어 함정, 항공기, 미사일 분야에서 경쟁력을 앞세울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한국 방산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국은 이미 다수 국가와의 계약 실적을 통해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입증했다.
단순 판매를 넘어 후속 군수지원, 운용 교육, 정비 체계, 기술 이전, 현지 생산 협력까지 포함한 종합 패키지 능력도 확보하고 있다. 실제 구매국 입장에서는 제품 성능 못지않게 납기 준수와 안정적 운영 지원이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한국은 이미 시장 신뢰를 쌓아왔다.
일본의 핵심 경쟁 분야 가운데 하나인 차세대 전투기 사업 GCAP도 본격적인 시장 경쟁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해당 사업은 2035년 전력화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어 단기 수출 시장에서 즉시 경쟁 구도를 형성하기는 쉽지 않다.
함정과 미사일 분야 역시 일본 내수 수요가 적지 않아 해외 대형 계약까지 동시에 소화할 생산 역량을 갖추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경계가 필요하다. 일본은 미국과 유럽의 주요 방산국과 협력을 확대하며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공동 개발과 부품 공급, 미사일 생산 협력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이어질 경우 일본의 산업 경쟁력은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 여기에 정부 주도의 외교 지원까지 결합되면 향후 국제 입찰 시장에서 존재감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 방산이 현재의 우위를 유지하려면 이제 다음 단계 전략이 필요하다.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고, 수출 대상 지역을 다변화하며, 현지 조립·생산 거점을 확대해야 한다.
정부 역시 금융 지원, 외교 협상, 제도 개선을 통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해야 한다. 무기를 한 번 판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동 개발과 장기 파트너십 중심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접근도 중요하다.
일본의 무기수출 확대는 위기이자 기회다. 경쟁자가 늘어난 만큼 시장은 더 치열해지겠지만, 검증된 역량을 가진 기업에는 더 많은 기회가 열릴 수 있다.
결국 승부는 규제 완화 자체가 아니라 누가 더 빠르게 기술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고객 국가와 장기 신뢰를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 방산이 지금의 강점을 미래 경쟁력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