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생성형 AI 배제'와 같은 도시에서 열린 'AI 영화제'
칸 국제영화제의 공식 경쟁 부문은 2026년 생성형 AI를 창작의 출발점으로 삼은 작품을 받지 않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반면 WAIFF는 4월 21일부터 22일까지 프랑스 칸의 팔레 데 페스티벌에서 열린 제2회 행사로 확인된다.
영국 가디언이 4월 26일 이 장면을 두고 영화의 미래를 둘러싼 질문이 커지고 있다고 짚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사실을 단순한 행사 병치로만 볼 필요는 없다. WAIFF는 칸 영화제 본행사와는 별도의 독립 행사이며, 칸의 공식 경쟁 부문과는 주최와 성격이 다르다.

기술의 완성을 넘어, 무엇을 '영화'로 볼 것인가
그럼에도 두 장면이 같은 도시에서 이어졌다는 사실은, AI 영화 논쟁의 초점이 기술의 완성도 자체보다 기존 영화 제도가 무엇을 영화로 인정하고 누구를 창작자로 받아들일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칸이 보여준 것은 찬성과 반대의 단순한 대립만은 아니다.
한쪽에서는 공식 경쟁의 문턱을 세웠고, 다른 한쪽에서는 칸의 상징적 행사 공간에서 AI 영화 상영 행사가 실제로 열렸다. 이 대비는 AI 영화가 더 이상 제도권 바깥의 실험으로만 머물러 있지 않으며, 동시에 적어도 이번 칸의 사례는 영화계가 이를 어떤 범주로 받아들일지 아직 하나의 기준으로 정리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창작자부터 관객까지, 산업 전반에 필요한 새로운 평가 기준
이 문제는 특정 영화제의 일회성 논란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창작자에게는 자신의 작업이 어디까지 공식 상영과 경쟁의 자격을 얻을 수 있는지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제작사와 투자자에게도 이는 중요하다. 어떤 제작 방식이 제도적 인정과 시장의 신뢰를 함께 얻을 수 있을지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객과 평단에게도 이 질문은 낯설지 않다. 무엇을 영화로 받아들이고 무엇을 기술 보조 결과물로 볼 것인지에 따라 감상의 기준과 평가의 언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 수용 여부보다 중요한 '인간의 창작적 기여' 입증
저작권 문제도 이 지점에서 다시 선명해진다. 가디언은 이번 WAIFF를 다루며 영화의 미래를 둘러싼 의문과 함께 저작권 같은 구조적 쟁점을 함께 환기했다. 별도의 일반 저작권 논의에서도 핵심은 비슷하다.
AI를 활용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인간이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수정하며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가 창작의 인정 기준에서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 그래서 AI 영화 논쟁은 기술 수용 여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창작적 기여를 어디까지 입증하고 인정할 것인지, 그리고 그 기준을 누가 설명하고 적용할 것인지의 문제로 읽힌다.
배제와 수용의 충돌, 영화 산업 전체가 토론해야 할 '창작의 자격'
이번 칸의 장면이 드러낸 것은 AI 영화의 승패라기보다 기준의 충돌에 가깝다. 공식 경쟁 부문은 생성형 AI에 선을 그었고, 다른 공간에서는 AI 영화 행사가 실제로 열렸다.
이 대비는 영화 산업이 이미 같은 질문 앞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AI가 영화를 만들 수 있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존 영화계가 어떤 원칙으로 창작의 자격을 가르고 그 기준을 앞으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칸에서 벌어진 배제와 수용의 대비는, 그 판단이 더 이상 업계 내부에만 머무를 문제가 아니라 영화 산업 전체가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토론해야 할 기준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 용어 사전]
▪️생성형 AI: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 대규모 원본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새로운 결과물을 능동적으로 만들어내는 기술.
▪️팔레 데 페스티벌: 프랑스 칸에 위치한 대형 컨벤션 센터. 매년 5월 칸 국제영화제의 핵심 행사가 열리는 곳으로 영화계에서 가장 상징성이 높은 공간이다.
▪️황금종려상: 칸 국제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출품된 영화 중 최우수 작품에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상.
▪️학습 데이터: 인공지능이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전에 분석하고 참조하는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의 기존 자료.
▪️제도권 편입: 주류 산업이나 사회 체계 외곽에 머물던 새로운 기술이나 문화가 공식적인 인정과 규범을 바탕으로 중심 체제 안으로 들어오는 현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