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AI 거버넌스의 필요성과 논쟁
최근 해외 주요 매체들이 인공지능(AI) 규제를 둘러싸고 상반된 입장을 제시하며 국제 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드러냈다. 진보 성향의 영국 가디언지는 글로벌 협력을 통한 윤리 중심 규제 체계를 촉구한 반면, 보수 성향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도한 규제가 혁신과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이 논쟁은 AI 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각국이 규제와 발전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한국은 이 논쟁 속에서 글로벌 윤리 기준을 수용하면서도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독자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가디언은 2025년 5월 2일자로 게재된 칼럼 'The Urgency of Global AI Governance: Preventing a Tech Cold War'에서 런던정경대 마리아나 마추카토(Mariana Mazzucato) 교수의 주장을 소개했다.
마추카토 교수는 "AI 기술의 윤리적 사용과 공정한 발전을 위해 다자주의적이고 윤리 중심적인 글로벌 규제 프레임워크가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각국이 개별적인 규제와 표준을 마련할 경우 기술 냉전으로 이어져 전 세계적인 AI 발전과 활용에 저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신흥국에 대한 AI 격차 해소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선진국 중심의 기술 독점이 글로벌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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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추카토 교수의 주장은 AI 기술이 단순한 경제적 도구를 넘어 사회 전반의 권력 구조와 자원 배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4년 보고서에서 AI 도입으로 인해 선진국 일자리의 약 60%가 영향을 받을 것이며, 이 중 절반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만 나머지 절반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흥국의 경우 AI 노출도가 40% 수준에 그쳐, 기술 격차가 경제 격차로 고착화될 위험이 크다. 이러한 배경에서 가디언은 글로벌 AI 거버넌스가 기술 발전의 혜택을 공정하게 분배하고, 윤리적 기준을 확립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WSJ은 2025년 5월 1일자 사설 'AI Innovation at Risk: Over-regulation and National Security'에서 미국 허드슨연구소 마이클 필스버리(Michael Pillsbury) 선임연구원의 견해를 전했다. 필스버리 연구원은 "과도한 AI 규제가 혁신을 저해하고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며, 자유 시장 경쟁을 통한 AI 기술 발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적 차원의 AI 리더십 확보가 급선무라고 주장하며, 글로벌 규제 논의보다는 각국의 주도적이고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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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국과 같은 경쟁국에 대한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라는 보수 진영의 논리를 대변했다. WSJ의 주장은 미·중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현실을 반영한다.
미국 상무부는 2024년 10월 중국의 첨단 AI 칩 접근을 제한하는 수출 규제를 강화했고, 중국은 2024년 11월 희토류 수출 통제로 맞대응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이 약 65%의 점유율을 차지했으나, 중국은 자체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며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WSJ은 미국이 규제 부담으로 인해 기술 우위를 상실할 경우 국가 안보와 경제 패권이 동시에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두 매체의 상반된 시각은 AI 규제를 둘러싼 이념적·전략적 갈등을 명확히 드러낸다.
가디언은 다자주의와 윤리를 강조하며 기술 발전이 인류 공동의 이익에 기여해야 한다고 본다. 반면 WSJ은 국가 간 경쟁 구도를 전제로, 자유 시장과 혁신을 우선시하며 규제가 오히려 기술 후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본다. 이 논쟁은 단순한 정책 선택의 문제를 넘어, AI 시대의 국제 질서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과 연결된다.
한국의 AI 혁신과 정책 방향
한국은 이 논쟁 속에서 독자적 입장을 정립해야 한다. 한국은 AI 기술 수준에서 미·중에 비해 뒤처져 있지만, 반도체·통신 인프라 등 핵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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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4년 12월 'AI 국가전략 2.0'을 발표하며 2027년까지 AI 분야에 총 4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략은 AI 반도체 자급률을 현재 20%에서 2027년 40%로 끌어올리고, AI 전문 인력을 연간 1만 명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규제 체계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개인정보보호법과 데이터 3법 개정으로 데이터 활용 여건이 일부 개선되었지만, AI 윤리 기준이나 책임 소재에 대한 법적 틀은 미비한 상태다. 한국의 전략적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유럽연합(EU)의 AI 규제법(AI Act)처럼 강력한 윤리 기준을 도입하는 방안이다.
EU는 2024년 5월 AI Act를 최종 승인하며, AI 시스템을 위험도에 따라 4단계로 분류하고 고위험 AI에 대해서는 엄격한 사전 승인 절차를 의무화했다. 이 접근법은 소비자 보호와 신뢰 구축에 유리하지만, 산업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둘째, 미국식 자율 규제 모델이다.
미국은 2023년 10월 바이든 대통령이 AI 행정명령을 발표했지만, 강제력보다는 산업계 자율 규제와 가이드라인 제시에 중점을 둔다. 이 모델은 혁신 친화적이지만, 윤리적 위험 관리가 미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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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한국 고유의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핵심 분야에서는 명확한 규제 기준을 설정하되, 신기술 실험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서울대학교 AI정책이니셔티브(SAPI)는 2025년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글로벌 윤리 기준을 수용하되, 산업 생태계 특성을 반영한 유연한 규제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특히 데이터 프라이버시, 알고리즘 투명성, AI 편향성 완화를 우선 과제로 지목하며, 이를 위한 구체적 법적 근거 마련을 촉구했다. 실제로 AI 알고리즘의 편향성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도 현실적 우려로 부상하고 있다.
202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일부 AI 채용 시스템이 성별·학력을 기준으로 지원자를 차별적으로 평가했다는 진정 사례를 접수했고, 이는 AI 윤리 규제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는 기술 냉전의 가능성을 줄이고, 공통의 목표를 통해 기술 발전과 윤리적 활용을 동시에 추구할 기회를 제공한다.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이 시대에 한국은 독자적이고 효율적인 규제 체계를 만들어 AI 혁신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정부·산업계·학계가 협력하여 구체적 실행 계획을 마련하고, 국제 사회와의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 AI 규제는 단순히 기술을 제한하는 수단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는 전략적 도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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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AI 기술 냉전이란 무엇인가?
AI 정책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
A. AI 기술 냉전은 주요 국가들이 AI 기술 패권을 둘러싸고 벌이는 경쟁과 대립 구도를 의미한다.
미·중 간 AI 반도체 수출 규제와 희토류 통제가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대립이 심화되면 글로벌 기술 협력이 단절되고, 신흥국의 AI 접근성이 제한될 위험이 있다.
Q. 한국의 AI 규제 현황은 어떠한가? A.
한국은 2024년 12월 'AI 국가전략 2.0'을 발표하며 2027년까지 4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AI 윤리 기준이나 책임 소재에 대한 법적 틀은 아직 미비하다. 개인정보보호법과 데이터 3법 개정으로 데이터 활용 여건은 개선되었지만, 알고리즘 투명성·편향성 완화 등 구체적 규제 기준은 논의 단계에 있다.
Q.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저해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A.
WSJ을 비롯한 보수 진영은 규제 부담이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를 위축시키고, 시장 진입 장벽을 높여 신생 기업의 성장을 막는다고 주장한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2024년 보고서에서 EU AI Act 같은 강력한 규제가 도입될 경우 미국 AI 산업의 연간 성장률이 2~3%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진보 진영은 적절한 규제가 오히려 소비자 신뢰를 높여 장기적 시장 성장에 기여한다고 반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