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 진화와 규제의 필요성
2026년 5월 초, 인공지능 규제를 둘러싼 국제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영국 일간지 The Guardian은 5월 2일자 칼럼 'The Urgency of Global AI Governance: Preventing a Tech Cold War'를 통해 다자주의적 AI 거버넌스의 시급성을 역설했고, 미국 보수 매체 The Wall Street Journal은 하루 전인 5월 1일 'AI Innovation at Risk: Over-regulation and National Security' 사설에서 과도한 규제가 혁신과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맞섰다.
두 매체의 상반된 시각은 AI 기술의 미래를 놓고 국제 사회가 얼마나 깊은 이견을 보이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The Guardian 칼럼을 쓴 마리아나 마추카토(Mariana Mazzucato) 런던대 교수는 "각국이 개별적인 AI 규제와 표준을 마련할 경우, 기술 냉전으로 치달아 전 세계 AI 발전이 저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신흥국과 선진국 간 AI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윤리 중심의 글로벌 규제 프레임워크 없이는 AI 기술이 소수 국가와 기업의 독점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마추카토 교수는 유럽연합이 2024년 3월 최종 승인한 AI Act를 긍정적 사례로 들며, 투명성과 책임성을 담보하는 국제 표준 수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WSJ 사설을 작성한 마이클 필스버리(Michael Pillsbury) 허드슨연구소 중국전략센터장은 "AI 규제 논의가 미국의 기술 리더십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정반대 입장을 펼쳤다. 필스버리는 "중국은 AI 군사 응용과 감시 기술 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붓고 있는데, 미국이 윤리 논쟁에 발목 잡혀 있다면 기술 우위를 내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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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유 시장 경쟁이야말로 AI 혁신을 가속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며, 각국이 주도적이고 유연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가 안보 차원에서 AI 기술 우위 확보가 급선무라는 보수 진영의 논리를 대변한 셈이다. 이 같은 논쟁의 배경에는 AI 기술이 경제와 안보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는 현실이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설치 대수는 55만 대를 넘어섰고, AI 기반 자동화는 제조업 생산성을 평균 30퍼센트 이상 끌어올렸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는 2030년까지 AI가 전 세계 GDP에 13조 달러를 추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동시에 세계경제포럼(WEF)은 2025년 보고서에서 AI 자동화로 인해 향후 5년간 850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기술 발전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동시에 노동 시장 재편과 불평등 심화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AI 경쟁은 이미 기술 냉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2022년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한 데 이어 2023년 10월 고성능 AI 칩의 중국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2025년 발표한 '차세대 AI 발전 계획'에서 2030년까지 AI 분야 세계 선두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25년 보고서에서 "AI 군비 경쟁이 새로운 냉전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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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은 이 같은 양극화 속에서 '제3의 길'을 모색한다. EU AI Act는 AI 시스템을 위험도에 따라 4단계로 분류하고, 고위험 AI에 대해서는 엄격한 투명성과 인권 보호 기준을 요구한다. 2024년 3월 유럽의회 최종 승인 당시 찬성 523표, 반대 46표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도한 규제가 유럽 AI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2024년 6월 "AI 규제와 혁신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며 "유럽이 윤리적 AI의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되, 산업 경쟁력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도 이 논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5년 4월 'AI 국가 전략 2.0'을 발표하며 2027년까지 AI 분야에 2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AI 반도체, 생성형 AI, AI 융합 서비스를 3대 중점 분야로 선정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확대해 혁신과 규제의 균형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내 AI 기업들은 여전히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를 우려한다. 한국AI산업협회가 2025년 11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AI 기업 10곳 중 7곳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이 크다"고 답했다. 서울대 AI정책센터 김현수 교수는 "한국은 AI 기술 개발과 윤리적 규제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며 "미국식 자유 시장 접근도, EU식 강력한 규제도 아닌, 한국형 AI 거버넌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제조업 강국인 한국은 AI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노동 시장 보호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며 "재교육 프로그램과 사회안전망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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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쟁 속 한국의 AI 전략
AI 규제를 둘러싼 국제 논쟁은 단순한 기술 정책 차원을 넘어 국가 안보와 경제 패권, 인권과 윤리라는 복합적 쟁점을 내포한다. The Guardian의 마추카토 교수가 우려한 '기술 냉전'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으며, WSJ의 필스버리가 강조한 '국가 안보' 논리 역시 각국 정책 결정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제는 이 두 시각이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글로벌 협력 없는 AI 발전은 기술 분열과 격차 확대를 초래할 것이고, 윤리와 안전을 무시한 경쟁은 예측 불가능한 위험을 낳을 것이다. 신흥국의 AI 격차 문제도 심각하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2025년 보고서에서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국가들의 AI 준비 지수가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이라며 "디지털 격차가 AI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마추카토 교수가 주장한 대로, 다자주의적 거버넌스는 이런 격차를 해소하고 AI 기술의 혜택을 전 인류가 공유하도록 하는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현실은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며, 국제 협력은 지지부진하다. AI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 기술은 1950년대 앨런 튜링의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70여 년간 발전해왔다. 1956년 다트머스 회의에서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고, 1980년대 전문가 시스템, 1990년대 기계학습, 2010년대 딥러닝을 거쳐 오늘날 생성형 AI 시대를 맞았다.
스탠퍼드대 AI지수보고서 2025년판에 따르면, 민간 부문 AI 투자는 2024년 1890억 달러로 10년 전 대비 18배 증가했다. 이 같은 급속한 발전은 기술 혁신의 성과이자, 동시에 거버넌스 공백의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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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가속화되고 있다. 물류 업계는 AI 기반 자율주행 트럭과 드론 배송으로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금융권은 AI 신용평가와 사기 탐지 시스템을 도입해 리스크 관리를 고도화했다. 의료 분야에서는 AI 영상 진단이 일부 질병에서 전문의 수준의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노동 시장 재편을 수반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25년 보고서에서 "AI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대체가 단순 노동뿐 아니라 중간 숙련 직종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재교육과 평생학습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권고했다. 결국 AI 거버넌스 논쟁의 핵심은 '누가 표준을 정하는가'로 귀결된다.
미국은 자국 기업의 혁신 역량을 바탕으로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을 선점하려 하고, 중국은 자국 시장을 무기로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며, EU는 법적 규제를 통해 규범적 표준(de jure standard)을 확립하려 한다. 한국을 비롯한 중견국들은 이 틈새에서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글로벌 협력에 기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이준호 박사는 "한국은 AI 반도체와 제조 자동화 분야에서 강점을 살려 글로벌 표준 수립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규제 조화를 위한 다자 협의체에서 중재자 역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AI 규제와 혁신의 균형을 찾는 과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느 한쪽만을 선택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기술 혁신 없는 윤리는 공허하고, 윤리 없는 혁신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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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uardian과 WSJ의 논쟁은 이 딜레마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국은 이 논쟁에서 관망자가 아니라 능동적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
AI가 산업과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기술 자체보다 우리가 어떤 거버넌스를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2026년 5월, 국제 사회는 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FAQ
AI 규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시사점
Q. The Guardian과 WSJ의 AI 거버넌스 논쟁 핵심은 무엇인가?
A. The Guardian의 마리아나 마추카토 교수는 다자주의적 윤리 중심 글로벌 규제 프레임워크가 시급하며, 각국 개별 규제는 기술 냉전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WSJ의 마이클 필스버리는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저해하고 국가 안보를 위협하므로, 자유 시장 경쟁을 통한 기술 우위 확보가 우선이라고 맞섰다.
두 시각은 협력과 경쟁, 윤리와 안보라는 상반된 가치를 대변한다. Q.
한국의 AI 국가 전략은 어떤 방향인가? A.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5년 4월 발표한 'AI 국가 전략 2.0'은 2027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해 AI 반도체, 생성형 AI, AI 융합 서비스를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를 확대해 혁신과 규제의 균형을 도모하며,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윤리적 AI 개발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Q. AI 기술 발전이 노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A. 세계경제포럼(WEF)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AI 자동화로 향후 5년간 850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이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단순 노동뿐 아니라 중간 숙련 직종까지 일자리 대체가 확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재교육과 평생학습 체계 구축, 사회안전망 확충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