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이 경쟁력에 매몰되는 이유
2026년 5월, 대학이 과연 어떤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지를 다시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다. 마닐라 타임즈가 2026년 5월 6일 기고문을 통해 지적했듯, 고등 교육이 혁신과 경쟁력이라는 명목 아래 '공장'처럼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은 결코 국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 진단은 명확하다.
대학이 경제에 즉시 활용 가능한 졸업생을 배출하는 일에 매몰되면서, 비판적 사고·철학적 탐구·윤리적 성찰이라는 고등 교육 본연의 가치가 구조적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학들 역시 이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며, 유사한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대학 교육의 방향 전환은 신자유주의적 교육 질서가 중심이 되어 나타난 현상이다. 이는 주요 대학들이 전 세계 대학 순위에서 높은 등수를 차지하려는 경쟁으로 더욱 심화되었다. 이 집착은 출판물 수, 인용 지수, 연구 수익 등 글로벌 지표에 자원을 집중하도록 대학을 이끌었으며, 그 과정에서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는 점차 축소되었다.
STEM 분야와 산업 연계 연구가 우선시되는 사이, 인문학 부서는 예산 삭감의 첫 번째 표적이 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로 인해 비판적 사고와 철학적 탐구, 윤리적 성찰은 교육 과정의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
필리핀의 고등교육 사례는 이러한 변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마닐라 타임즈 기고문에 따르면, 필리핀 고등교육위원회(Commission on Higher Education)는 교양 교육(General Education) 개편을 제시했으나, 이는 교육의 질보다 규제와 표준화에 중점을 두어 대학을 관료적 기계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육을 공공재가 아닌 상품, 즉 '파이프라인'으로 보는 시각이 이 개편안의 근저에 자리한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엘리트 대학은 풍부한 교양 교육을 유지하는 반면, 자원이 부족한 대학은 최소한의 교육만 제공하는 결과를 낳으며, 교육 불평등을 제도적으로 고착화할 위험을 내포한다. 이 같은 양극화는 대학 울타리 안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엘리트 대학 출신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이는 결국 사회적 불평등의 재생산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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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문제는 교육의 목적을 경제적 수요에 맞추다 보면, 학생들이 본래 대학에서 추구해야 할 비판적 사고 능력, 창의력, 윤리적 성찰의 기회를 구조적으로 박탈당하게 된다는 점이다. 마닐라 타임즈 기고문은 교수진이 지적 작업보다 각종 문서 작성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는 현실도 이 구조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비판적 사고와 폭넓은 교양 교육의 소외는 단지 대학 내부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기술적 지식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사회 문제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기후 위기, 인공지능 윤리, 사회적 양극화처럼 다차원적 판단을 요구하는 문제들 앞에서 단일 기술 역량은 분명한 한계를 드러낸다. 창의적이고 윤리적인 사고력은 이러한 문제들을 다루는 데 있어 기술 숙련도 못지않게 중요한 역량이다.
대학 교육이 이 역량을 의도적으로 발달시키는 공간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사는 교육이 기능적 역할에만 머물렀을 때 사회 발전이 정체되었음을 거듭 확인시켜 준다.
르네상스 시대의 인간 중심적 교육은 사회 전반의 창의적 활동을 촉진하며 각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었다. 이 시기의 교육이 가졌던 힘은 실용적 기술의 전수가 아니라,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장려했다는 데 있었다. 현대의 대학들이 역사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지적 탐구의 공간을 지키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가장 실용적인 선택이라는 사실이다.
비판적 사고의 소외와 그 결과
대학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정부, 교육 기관, 기업, 시민 사회가 함께 논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단기적인 경제 이익에 치중하는 방향에서 벗어나,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를 회복하고 교양 교육의 내실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의 무게추를 옮겨야 한다. 데이터와 고용 가능성을 중심으로 '합리화'된 교육 시스템은 학생들에게서 질문하고 성찰하는 능력을 앗아간다.
이 흐름을 되돌리려면 교육 정책의 성과 지표 자체를 재설계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학은 경제적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요구에 응답하는 방식이 교양 교육의 해체를 대가로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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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기계적·단선적 사고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시각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기를 때, 대학은 비로소 지성의 전당이라는 이름에 값한다. 그 능력은 인문학·사회과학·교양 교육에 대한 의식적인 투자 없이는 길러지지 않는다.
FAQ Q. 고등 교육의 본질적 가치는 무엇인가?
A. 고등 교육의 본질적 가치는 학생들이 미래 사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데 있다.
이는 단순한 직업 기술 교육을 넘어, 비판적 사고·철학적 탐구·역사적 의식·윤리적 성찰을 포함하는 폭넓은 교양 교육을 통해 가능하다. 기후 위기나 인공지능 윤리처럼 단일 기술로 해결되지 않는 복합적 사회 문제가 늘어날수록, 이 역량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마닐라 타임즈 기고문이 지적했듯, 교육이 '파이프라인'으로 전락하는 순간 대학은 질문하고 성찰하는 능력을 길러내는 기능을 잃게 된다.
향후 교육의 방향성 모색
Q. 대학이 경제적 도구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가?
A. 대학이 취업과 산업 수요에 완전히 무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제적 도구로서의 역할은 교양 교육의 내실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추구되어야 한다.
현재의 문제는 대학 순위 경쟁이 출판물 수·인용 지수·연구 수익 같은 지표에 자원을 집중하도록 구조를 왜곡하고, 그 결과 인문학·사회과학 부서가 축소되는 데 있다. 경제적 역할과 지적 탐구를 병행하려면, 교육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 자체를 다양화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Q.
이러한 변화에 개인과 사회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가? A. 개인 차원에서는 전공 선택과 무관하게 인문학·철학·역사 관련 교과목을 의식적으로 이수하고, 비판적 독서와 토론의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 차원에서는 정부·교육 기관·기업·시민 사회가 협력해 인문학과 교양 교육에 대한 공적 투자를 늘리고, 고등 교육 정책의 성과 지표를 취업률 중심에서 벗어나도록 재설계해야 한다. 필리핀 고등교육위원회의 교양 교육 개편 사례에서 드러났듯, 규제와 표준화만으로는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없으며, 교육을 공공재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출발점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