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백지상태에서 설계해야 했던 물리적 제약의 시대가 끝났다. 구글은 자사 인공지능 서비스 제미나이에 딥마인드의 최첨단 음악 생성 모델 '리리아 3(Lyria 3)'를 탑재했다.
사용자가 텍스트 명령어 한 줄이나 사진 한 장을 입력하면 보컬, 가사, 악기 연주가 포함된 30초 분량의 곡이 단 몇 초 만에 완성된다. 이어 공개된 '리리아 3 프로'는 곡의 길이를 3분까지 확장하고 인트로, 벌스, 코러스 등 세부적인 음악 구조까지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처럼 단번의 명령으로 완성도 높은 스케치가 쏟아지는 환경은 창작의 가치를 완전히 재정의한다. 과거 창작의 핵심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인공지능이 제시한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자신의 의도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고르고 정교하게 다듬는 '편집' 능력이 새로운 권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이 무너뜨린 장벽, 대화형 워크플로우의 등장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기술 구조의 근본적인 진화가 존재한다. 2026년 구글 랩스(Google Labs)가 전면에 내세운 음악 생성 플랫폼 'ProducerAI'는 기존 인공지능 도구들의 한계를 넘어선 대표적 사례다.
새롭게 등장한 ProducerAI는 일회성 명령으로 완성된 트랙을 배출하는 단순한 자판기 방식에서 벗어나, 사용자와 인공지능이 대화를 통해 결과물을 단계적으로 발전시키는 에이전트 워크플로우를 채택했다.
리리아 3가 고품질 오디오를 생성하고 제미나이가 대화 인터페이스를 맡는 완결형 구조가 탄생한 것이다. 창작자는 텍스트로 고유한 음색을 정의하거나 실시간으로 곡의 구조를 깎아내며, 인공지능을 능동적인 인터랙티브 파트너로 활용하게 된다.
쏟아지는 결과물 속 저작권의 기준, 통제권과 신스ID
생산 방식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산업의 규칙과 저작권의 잣대를 뒤흔든다. 현재 인공지능 음악 시장에서 구글은 철저한 관리 모델을 걷고 있다.
경쟁 서비스인 수노(Suno)가 무단 학습 논란에 휩싸여 대형 음반사들과 천문학적 소송전을 치르고 모델을 전면 개편해야 했던 것과 달리, 구글은 철저한 라이선스 확보와 결과물에 대한 통제권을 쥐는 전략을 택했다.
가장 주목할 점은 모든 결과물에 육안이나 귀로 식별할 수 없는 디지털 워터마크 기술인 신스ID(SynthID)를 내장해 인공지능 생성물임을 명확히 증명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단독으로 만든 결과물은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지만, 창작자가 직접 가사를 쓰고 편곡을 추가하는 등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포함될 경우 그 기여분에 대한 저작권 주장이 가능해진다. 즉, 편집과 통제권이 저작권의 새로운 근거로 자리 잡는 셈이다.
음악 '생성'의 끝, AI 디렉터의 탄생
결론적으로 기술이 아무리 고도화되어도 최종 음악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인간의 뚜렷한 의도다. 결국 인공지능은 무작위적인 마스터피스를 토해내는 요술 지팡이가 아니라, 반복적인 작업 과정 속에서 아이디어를 다듬도록 돕는 거대한 믹싱 콘솔이자 지능형 악기다.
수백 개의 소리 더미 속에서 나만의 멜로디를 선별하고 박자를 변형해 완성품을 직조하는 안목은 기계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다가오는 미래의 창작자는 무작위적인 소리를 생성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자신의 예술적 기획력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정교하게 지휘하는 'AI 디렉터'의 역량이 창작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30초 만에 음악이 완성되는 시대의 진정한 역설은, 도구의 처리 속도가 빨라질수록 인간이 발휘하는 선택과 디렉팅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전문 용어 사전]
▪️리리아 3 (Lyria 3):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최첨단 생성형 음악 모델로, 텍스트나 이미지를 분석해 고품질의 오디오 보컬과 악기 연주를 자동 생성한다.
▪️ProducerAI: 구글 랩스가 인수한 음악 생성 플랫폼으로, 단순 자동 생성을 넘어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음악을 세밀하게 수정하고 조율할 수 있는 협업 도구다.
▪️에이전트 워크플로우 (Agentic Workflow): 인공지능이 사용자의 명령에 단편적으로 답하는 것을 넘어, 상호작용하며 목표하는 결과물을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작업 방식을 뜻한다.
▪️신스ID (SynthID): 육안이나 귀로는 식별할 수 없도록 콘텐츠 내부에 삽입되는 디지털 워터마크 기술로, 인공지능이 생성한 결과물임을 기술적으로 판별하고 증명한다.
▪️오디오 스펙트로그램 (Audio Spectrogram): 소리의 주파수와 파동 변화를 시각적인 이미지 데이터로 변환한 것으로, 초기 인공지능 음악 모델들이 이를 학습해 소리를 생성하는 데 활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