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복되는 꿈의 시간
나는 유독 꿈을 많이 꾸는 사람이다. 어떤 날은 현실보다 더 선명한 감정 속에서 꿈을 꾸고, 또 어떤 날은 깨어난 뒤에도 한동안 그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블로그와 칼럼에서도 종종 꿈 이야기를 남기곤 했다. 매일 꿈에 시달리며 아침을 맞이한다고 말이다.
다시 돌아간 시간
엊그제의 꿈도 그랬다. 꿈속의 나는 11년 전, 대학교 학과 조교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몇 명의 후배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후배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 인간관계의 어려움, 연애 고민,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지침까지 하나씩 꺼내놓고 있었다.
해결보다 중요한 것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특별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않았고, 정답을 알려주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끝까지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짧은 위로와 응원의 말을 건넸다.
익숙했던 장면의 이유
돌이켜보면 그 장면은 낯설지 않았다. 학창 시절 또래 상담가 활동을 했고, 군 복무 시절에는 또래 상담병으로 생활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태도는 오랜 시간 내 삶 속에 스며들어 있었다.
따뜻했던 한마디
상담을 마친 후배들은 웃으며 말했다.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고, 공감해줘서 위로가 되었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는 감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늘어나는 사람들
하지만 곧 또 다른 장면이 이어졌다. 후배들은 다른 친구들을 데려오기 시작했다. 상담을 받고 싶다며 줄을 서기까지 했다. 많은 사람들이 내 앞에 앉아 있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가 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줄 수 있을까.
지쳐버린 순간
나는 계속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사람인지라 잠시 지친 기색이 드러났던 모양이다. 무심코 뒤를 돌아보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남았는지 확인했다. 바로 그 순간, 앞에 앉아 있던 한 후배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래 남은 한 문장
나는 이유를 물었다. 후배는 서운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는 것 같았고, 잘 들어주지 않는 것 같았다고. 그 말을 남긴 채 돌아서는 뒷모습을 보는 순간 꿈에서 깨어났다.
꿈이 남긴 질문
시계를 보니 오전 6시 33분이었다. 다시 잠들기보다 방금의 꿈을 곱씹게 되었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이 오래 남았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감정을 꺼내놓는다
사람들은 단순히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상처와 감정, 기억과 용기를 꺼내 보인다. 그렇기에 듣는 사람의 태도는 중요하다. 눈빛 하나, 표정 하나, 잠깐의 시선 처리조차 상대는 느끼게 된다.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고 있는지 말이다.
미래의 나에게 남겨진 말
나는 훗날 자서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의 삶을 듣고, 그 기억과 감정을 함께 정리해주고 싶다. 그런데 꿈속 후배의 마지막 말은 마치 미래의 나에게 남겨진 경고처럼 느껴졌다. 잘 들어주지 않는 것 같았다는 그 한마디 말이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고 있는가.
상대의 말을 기다리고 있는가, 아니면 내 차례를 준비하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누군가의 감정 앞에 얼마나 오래 머물 수 있는가.
결국 남는 태도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귀로 소리를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의 감정에 머물러주는 일이다.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상대에게 집중하는 태도다. 그래서 분명해진다. 때로는 화려한 조언보다 끝까지 들어주겠다는 태도 하나가 더 큰 위로가 된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