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시리아 정부는 금융 현대화의 일환으로 국내 은행들이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Mastercard)와 협력할 수 있도록 공식 승인했다.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유럽연합(EU) 또한 시리아와의 무역 관계를 다시 강화하기로 합의하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시리아가 완전히 국제 사회에 통합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되어야 하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다마스쿠스의 한 호텔 결제 단말기 위에 파란빛 마스터카드와 금빛 비자카드가 차례로 닿았다. 영수증 한 장이 조용히 인쇄되어 나왔다. 무려 15년이라는 침묵의 시간이 그 짧은 영수증 한 장으로 깨지는 순간이었다. 시리아 중앙은행이 2026년 5월 4일 자국 은행과 전자결제 기업이 비자·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결제망과 직접 손잡을 수 있도록 공식 승인하면서, 한때 '금융의 유배지'로 불렸던 시리아가 세계 금융 시스템의 끝자락을 마침내 다시 붙잡았다. 그 결정의 안과 밖, 그리고 아직 남아 있는 가장 단단한 벽을 함께 들여다본다.
이번 변화는 한순간에 떨어진 사건이 아니다. 그 뿌리는 2024년 12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와 아흐메드 알샤라가 이끄는 새 과도 정부의 등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권 교체는 곧 국제 사회의 제재 풍경을 흔들었다. 2025년 5월 말 유럽연합(EU)은 시리아에 대한 대부분의 경제 제재를 해제했고, 2025년 12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방수권법(NDAA) 서명을 통해 시리아를 향한 '시저 법(Caesar Act)' 제재를 공식 폐지했다. 이 큰 흐름 위에서 결제 인프라의 발판도 차곡차곡 쌓였다. 마스터카드는 2025년 9월 시리아 중앙은행과 디지털 결제 인프라 현대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고, 비자는 같은 해 12월 디지털 결제 생태계 구축을 위한 로드맵에 서명했다. 2026년 1월에는 카타르국립은행(QNB)이 시리아 내 마스터카드 라이선스를 부여받으며 후속 단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번 결정의 한복판에 선 인물은 시리아 중앙은행 총재 압둘카데르 후스리에이다. 그는 5월 4일 공식 발표를 통해 시리아 내 면허 은행과 전자결제 기업이 비자, 마스터카드 등 국제 결제 기업과 직접 거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자국민의 해외 송금, 외국인 관광객의 카드 결제, 그리고 시리아 발행 카드의 해외 사용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며칠 뒤인 5월 8일, 마스터카드는 직불·신용카드 결제를 위한 기술 통합 작업을 완료했다. 그 직후인 5월 9일에는 시리아 기업 비메라(Bimera)가 다마스쿠스 포시즌스 호텔에서 페이메라(Paymera) 단말기를 통해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첫 시범 결제에 성공했다. 행사장에는 압둘살람 하이칼 통신정보기술부 장관이 자리해 새 결제 생태계의 출범을 직접 알렸다. 그리고 5월 10일, 카타르국립은행이 시리아 현지에서 가장 먼저 카드 결제 서비스를 개시함으로써 15년의 단절에 마침내 마침표를 찍는 한 점을 남겼다.
유럽연합 역시 같은 시기에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 2026년 1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시리아와의 새 협력 틀을 공개했고, 4월 20일 EU 집행위원회는 1978년 체결되었다가 2011년 부분 정지된 EU-시리아 협력협정의 전면 복원을 공식 제안했다. 이 협정이 다시 살아나면 시리아 산업 제품 대부분에 매겨지던 EU 수입 관세의 빗장이 풀린다.
그러나 가장 높고 단단한 벽 하나가 여전히 가로놓여 있다. 시리아는 1979년 이래 미국의 '테러 지원국(SST)' 명단에 이름이 오른 상태로, 2025년 6월 30일 자 행정명령에 따라 국무부가 이 지정의 재검토 작업을 지시받았지만 지정 자체는 아직 유지된다. 시리아계 미국인 정치 활동가 모하메드 알라 가넴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마스터카드의 시리아 시장 진출 준비는 완료됐으며 유일하게 남은 장벽이 바로 이 명단이라고 토로했다.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미국 재무부의 컴플라이언스 리스크와 세컨더리 보이콧의 그림자 앞에서 망설이는 한, 카드가 긁히는 다마스쿠스는 절반의 정상화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