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숙한 출근길에서 멈춘 시선
이번 주 월요일 아침이었다. 평소처럼 걸어서 출근을 하고 있었다. 어느새 계절은 여름 쪽으로 기울고 있었고, 아침 공기에는 묵직한 더위가 조금씩 섞여 있었다. 길가의 나무들도 짙은 초록빛으로 변해 있었고, 익숙한 거리 역시 조금씩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평소와 다르지 않은 출근길을 걷고 있는데, 한 회사 앞에서 사람들이 제초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잠시 걸음을 늦추고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꽃이 지나간 자리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그 자리에는 알록달록한 꽃들이 피어 있었다. 출근길마다 작은 꽃들이 길가를 채우고 있었고, 그 풍경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꽃들은 대부분 시들어 있었고, 그 자리는 길게 자란 풀들과 잡초들로 가득해져 있었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 회사에서는 한창 풀을 뽑고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무성하게 뒤엉킨 풀들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는 모습이 이상하게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정리한다는 것의 의미
가만히 그 장면을 바라보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자리에 또 다른 생명이 자라겠구나.”
풀을 뽑는다는 것은 단순히 지저분한 것을 없애는 일이 아니었다. 무성하게 자라난 것들을 정리하고, 다시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었다. 정돈된 자리는 다시 햇빛을 받고, 다시 바람을 통과시키며, 또 다른 생명을 위한 공간이 된다. 그 순간 깨닫게 되었다. 정리란 단순히 없애는 행위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머리를 자르는 시간
그러고 보니 머리를 자르는 일도 어딘가 비슷했다. 나는 보통 한 달에 한 번 정도 머리를 자르러 간다. 시간이 지나면 머리카락은 점점 자라나고, 어느 순간 거울 속 모습이 제법 덥수룩해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럴 때면 자연스럽게 미용실로 향한다. 가위 소리와 함께 길어진 머리카락들이 하나둘 바닥으로 떨어지고 나면, 거울 속 모습도 한결 단정해진다. 신기하게도 그 순간에는 마음까지 조금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생각해보면 풀을 뽑는 일도, 머리를 자르는 일도 결국은 ‘정돈’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필요 이상으로 자라난 것들을 덜어내고, 흐트러진 모습을 다시 정리하는 일 말이다.
마음속에도 자라나는 것들
그리고 문득, 내 마음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다 보면 마음속에도 여러 가지 잡초들이 자라난다. 불안, 조급함, 비교, 욕심, 후회 같은 감정들이 하나둘 쌓이기 시작하면 마음은 금세 복잡해진다. 처음에는 작은 생각 하나였는데 어느새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삶 전체를 어지럽히기도 한다. 그렇게 마음이 뒤엉키기 시작하면 삶도 자연스럽게 흐트러진다.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며, 자꾸만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게 된다.
마음에도 필요한 제초 작업
어쩌면 마음도 한 번씩 정리가 필요한 존재인지 모른다. 길게 자란 풀을 정리하듯, 덥수룩해진 머리를 다듬듯, 내 안에 무성하게 자라난 감정들도 가끔은 돌아보아야 하는 것 아닐까. 무조건 비워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지금 내 마음속에 무엇이 지나치게 자라고 있는지는 한 번쯤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욕심이 너무 커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이 마음을 덮고 있는 것은 아닌지, 쓸데없는 비교가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그리고 조금씩 덜어내다 보면, 마음에도 다시 숨 쉴 공간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작은 정리들이 만드는 삶
삶은 어쩌면 거대한 변화보다 작은 정리들로 유지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출근길에 보았던 제초 작업처럼,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는 시간처럼, 우리의 마음 역시 그렇게 조금씩 정리하며 살아가는 것 아닐까. 무언가를 덜어내는 일은 때로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하지만 비워낸 자리 덕분에 다시 새로운 것이 들어올 수 있다면, 그 정리는 충분히 의미 있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지금 내 마음속에는 어떤 감정이 지나치게 자라나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무엇을 정리하지 못한 채 그대로 두고 살아가고 있는가.
혹시 불안과 비교, 조급함이 내 삶의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지는 않은가.
다시 숨 쉴 수 있도록
그날 아침, 회사로 향해 걸어가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리한다는 것은 단순히 비워내는 일이 아니라, 다시 온전한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내 마음속을 조용히 돌아본다. 너무 무성하게 자라난 감정들은 없는지, 다시 숨 쉴 자리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말이다.
삶은 그렇게, 조금씩 다듬어가며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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