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 = 최서빈기자] 애니메이션 ‘루니 툰’의 벅스 버니와 대피 덕 등 여러 캐릭터의 목소리를 맡아온 성우 에릭 바우자가 10월 25일 별세했다. 향년 46세. CNA는 유족 성명을 인용해 바우자가 이날 밤 갑작스럽게 숨졌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검시당국은 그가 자택에서 고혈압성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바우자는 2001년부터 성우로 활동하며 400편이 넘는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루니 툰’ 외에도 ‘장화 신은 고양이’, ‘머펫 베이비스’, ‘아바타: 아앙의 전설’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2022년부터 2025년 사이에는 어린이·가족 에미상을 세 차례 받았다.
필리핀 이민자 부모 아래 캐나다 온타리오주 스카버러에서 자란 그는 10대 때 성우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교내 방송으로 아침 공지를 전하면서 여러 만화 캐릭터의 목소리를 흉내 냈다. 어린 시절 토요일 아침마다 보던 ‘루니 툰’은 훗날 그의 대표 작업이 됐다.
바우자는 올해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루니 툰’이 자신의 마음속에 언제나 특별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목소리뿐 아니라 작품 전반의 미적 표현도 예술가로서 자신에게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선배 성우 멜 블랭크에 대한 존경을 드러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는 블랭크의 목소리를 자신에게 ‘신의 목소리’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극장용 작품으로는 ‘스페이스 잼: 새로운 시대’(2021), ‘더 데이 디 어스 블루 업: 어 루니 툰 무비’(2024), 올해의 ‘코요테 대 애크미’ 등에 참여했다. ‘코요테 대 애크미’는 와일 E. 코요테가 결함 있는 제품을 이유로 애크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이야기다. 워너브러더스가 이 작품을 공개하지 않기로 하면서 팬들의 반발이 일었다.
바우자도 개봉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다. 작품의 공개 여부가 불투명하던 2024년 애니상 시상식에서는 대피 덕의 목소리로 개봉을 호소했다. 그는 애원하고 간청하는 데 대피 덕만큼 어울리는 캐릭터가 없어 적절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작품은 케첩 엔터테인먼트를 배급사로 확보했고, 세계 흥행 수입은 1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의 경력에는 유명 배우의 목소리를 재현하는 작업도 있었다. ‘밥스 버거스’에서는 빌 헤이더, ‘장화 신은 고양이’에서는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목소리에 맞춰 연기하기도 했다. 바우자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작품에서 유명 배우가 자신의 자리를 대신하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낄 때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스타 배우가 주목받는 제작 현장에서도 자신 같은 성우들이 작품을 채울 몫은 있다고 말했다.
‘코요테 대 애크미’ 개봉을 앞두고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한 ‘루니 툰’이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그 유산의 일부로 일하는 자신을 두고 “가장 운 좋은 사람처럼 느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