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 = 윤채원기자] 199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 실버레이크의 작은 아파트에서 전파를 내보냈던 해적 라디오 방송국 KBLT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 ‘40 Watts From Nowhere’에 담겼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영화는 1995년부터 1998년까지 운영된 방송국의 기록 영상과 음악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지역 음악계와 비주류 라디오 문화를 돌아본다.
KBLT의 전파가 닿는 범위는 선셋 정션 일대에서 약 1~2마일에 불과했다. 그러나 방송에서는 인디 록부터 블루스, 재즈, 프로그레시브 록, 펑크, 테크노까지 다양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당시 실버레이크는 스페이스랜드와 더 개러지 같은 클럽을 중심으로 벡과 라일로 카일리 등 지역 음악인들이 활동하던 곳이었다.
방송국을 만든 사람은 언론인이자 음악 애호가인 수 카펜터다. 그는 저출력 방송과 관련한 법적 틈새를 알게 된 뒤 버클리의 해적 라디오 활동가 스티븐 듀니퍼에게 방송국 구성 방법을 배웠다. 송신기 제작에 도움을 받아 샌프란시스코 아파트에서 KPBJ라는 첫 방송을 시작했고,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 뒤에는 가명을 쓰며 KBLT를 꾸리고 DJ들을 모았다.
실버레이크 밴드 루테피스크의 드러머 브랜던 제이가 힘을 보태면서 방송은 하루 24시간, 주 7일 편성을 갖췄다. 카펜터는 프랑스 팝을 소개했고, 다른 DJ들은 저마다 다른 장르를 틀었다. 이번 영화의 음악 슈퍼바이저 마라 쿠지는 라디오를 켰을 때 누가 어떤 음악을 들려주거나 무슨 이야기를 할지 알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주류 방송에서 듣기 어려운 음악을 발견하고, 같은 취향의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었다는 설명이다.
영화에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를 비롯해 미니트맨의 마이크 와트, 점스의 돈 볼스, 서클 저크스의 키스 모리스 등 방송국을 드나든 음악인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는 좁은 복도에 모여 라이브 연주를 하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의 거리 풍경과 함께 톰 모렐로 등의 인터뷰도 실렸다. 사운드트랙에는 비키니 킬,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엘리엇 스미스, 머드허니, 푸가지 등 KBLT에서 자주 소개했던 음악인들의 곡이 포함됐다.
다큐멘터리를 가능하게 한 것은 오랫동안 차고에 보관돼 있던 촬영 자료였다. 밴드 포섬 딕슨의 멤버이자 ‘설리’로 알려진 로버트 설리번은 당시 별도의 다큐멘터리를 구상하며 방송국을 촬영했지만 작품을 완성하지 못했다. 이후 카펜터가 KBLT에 관한 책을 쓴 뒤, 설리번은 버리려던 영상들을 갖고 있다며 연락했다. 카펜터는 자료에 방송국 이야기의 흐름이 거의 담겨 있어 영화로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KBLT의 운영은 3년을 채우지 못했다. 듀니퍼가 관련 소송에서 패소한 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 관계자들이 방송국 폐쇄에 나섰다. 카펜터는 이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모터사이클 칼럼니스트를 거쳐 라디오와 TV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영화는 2월 슬램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잭 블랙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하면서 아마존 프라임의 관심도 얻었다. 공동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브랜던 제이까지 당시 방송에 관여했던 인물들이 제작에 합류해, 짧은 기간 이어졌던 지역 방송의 기록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